새출발기금 신청자 3.2만→5.7만 증가
누적 12만명 육박…신청액 19조 넘겨
금융당국, 지원 대상 확대·제도 개선 나서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이 최악을 치닫는 가운데, 새출발기금을 찾는 자영업자도 지난해 82%가량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가게에서 공실 임대 안내를 하는 모습. [정호원 기자]](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417.695aec7ea10f42bb88dc249886ab08af_P1.jpg)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이들 자영업자가 채무 조정을 위해 새출발기금에 신청한 건수와 금액이 1년새 각각 80%, 7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로 미뤄졌던 취약 자영업자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5만7257명으로 전년 대비 80.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청액은 5조3182억원에서 9조3188억원으로 75.22% 늘었다.
새출발기금은 부실차주와 부실 우려차주를 대상으로 원금 조정, 금리 인하, 상환 기간 연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2022년 10월 출시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새출발기금 신청자 수와 신청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새출발기금 출시 첫해인 2022년 10~12월 신청자 수는 1만4695명, 신청액은 2조935억원이었다. 2023년에는 3만1706명(5조3182억원), 2024년에는 5만7257명(9조3188억원)이 각각 신청했고 올해 1~3월에도 1만6110명(2조6379억원)이 새출발기금에 손을 내밀었다. 출시 이후 누적 11만9768명에 19조3684억원의 신청채무액이 접수된 것이다.
새출발기금 신청액 가운데 실제로 약정이 체결된 채무는 올해 3월 누적 기준 5조5019억원이다. 캠코의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신청 건을 고려하면, 향후 약정 채무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캠코 관계자는 “2022년 9월 시행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으로 새출발기금 신청이 일부 분산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연도별로 신청액과 신청자 수 증가세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새출발기금 지원대상·범위 확대…주요 혜택은?
새출발기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대상자 확대와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새출발기금 지원대상을 기존 2024년 6월에서 11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자로 확대하고, 폐업한 자영업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취업·창업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취·창업에 성공한 경우 채무조정 관련 공공정보를 즉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취·창업에 성공한 경우 공공정보 해제를 1회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의 주요 혜택은 원금 조정과 금리 인하다. 연체 90일 이상인 부실차주의 경우 순부채의 60~80% 수준의 원금이 감면되며, 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도 조정이 가능하다. 취업 및 창업 교육을 이수하면 원금 감면율이 최대 10% 추가된다. 통상 부실차주는 캠코가 채권을 직접 매입해 조정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을 받는다. 올해 3월 누적 기준 매입형 약정 채무액은 평균적으로 원금 70%가 감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우려 차주는 금리를 감면받을 수 있으며 연체 30일 이후에는 신용등급 하락을 고려해 상환기간 내에서 단일 금리로 조정된다. 담보 등 자산이 있는 차주의 경우에는 주로 금융회사가 직접 조정하고 신용회복위원회가 중개하는 ‘중개형’ 채무조정을 적용받는다. 올해 3월 누적 기준 중개형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는 평균 4.7%p(포인트)의 이자율을 감면받았다.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현장에서는 취약 자영업자 상당수가 다중채무자에 해당해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로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캠코 관계자는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높아 이들의 사회적 재기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새출발기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16%로 지난해 3분기 말(11.55%)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직전 최고치인 2013년 3분기(12.02%)에 근접한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연체 및 폐업 차주에게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을, 재기 희망 자영업자에게는 취업 및 재창업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