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첫번째 회동

G7 회의 출국 직전 기업 목소리 청취

美 관세 충격 최소화 위해 민·관 협력 절실

경제 법안 처리 속도전에 재계 전전긍긍

이재명 대통령(오른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SK·현대차·LG 등 재계 총수 및 경제 단체장들과의 회동을 추진하면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0%대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는 내수침체와 미국발 관세정책이라는 겹악재 돌파를 위한 민·관 협력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법과 노란봉투법 개정, 정년 연장,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 세부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이 나올 지도 관심이다. 재계는 당장 경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인 만큼 이 대통령과의 첫 상견례에서 절충을 기대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을 앞두고 이번주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 회장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날짜는 오는 12~13일 중으로 예상되고, 장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참석이 예상된다.

경제단체에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도 동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대통령,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대통령,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에는 성장·연대·인재·관세 등 의제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8일 경제5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단체장들은 한국의 성장이 정체됐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류 회장은 “결국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라며 “항공우주, AI, 로봇 바이오, 미래형 선박, 방위 산업 등 또 스마트팜 등 적극적인 신산업 육성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최태원 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일본과 경제 연대를 모색하고 경제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경제연대는 단순한 협조가 아니라 유럽연합(EU) 같은 경제공동체”라며 “현재 2조달러가 안 되는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일본과 합치면 7조달러에 달하는 경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연대를 만들면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요구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저비용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최 회장은 기대했다.

산업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해외의 고급 인력을 유치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약 500만명 정도의 해외 유입이 필요하다”며 “‘고급 두뇌’가 많은 월급을 받고 실제로 소비해야만 대한민국이 제대로 큰다”고 말했다.

또 해외 투자와 관련해 “수출만 가지고 안 되면 본원적 수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 투자를 통해 수입을 안정화해 수출이 안 될 때 오히려 본원적 수지가 늘어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다”고 제언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요청한 바 있다. 윤 회장은 “무역협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서 수출 기업 4곳 중 3곳이 계약 취소, 관세 전가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일부 업종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한 관세율이 적용되면 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유예됐던 상호 관세 조치가 시행될 경우 수출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민관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산업의 입장이 적극 개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상호관세 발효 눈 앞…민·관 공동대응 기대

이후 한 달 만에 마련된 이번 경제 간담회는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출국 직전에 열리는 만큼 미국의 관세정책 대응 및 피해 기업 지원 필요성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13대 주력산업 수출 규모가 미국발 관세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증가와 해외 생산확대 등으로 인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수출도 1.9% 줄어 연간 수출은 1년 전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유예했던 상호관세 25% 부과가 당장 다음달 9일 발효 예정이어서 경제계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양국 정상 간 빠른 협상을 고대하고 있다.

이미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50% 관세 부과가 발표돼 우리나라 철강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에 대해 기업과 정부의 연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재계 건의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李정부 상법·노란봉투법 속도전에 재계 초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빠르게 재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입법이 이번 회동에서 다뤄질 지도 관심이다.

경제계가 그동안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던 두 법안은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바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계는 이사들을 겨냥한 주주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법 개정안을 “(취임 후) 2, 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한 바 있다. 오는 1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하도급 노동자가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봉투법 입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 속도도 이재명 정부 임기 초반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정·재계는 보고 있다.

다만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고용 악화에 따른 세대 갈등까지 심화시킬 것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중소기업 양극화 심화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를) 어느 날 갑자기 계엄 선포하듯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만큼 경제계는 향후 정부와 재계 간의 소통을 통한 의견 절충을 기대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