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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구리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1만470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장기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칠레의 광산 생산 차질과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장중 톤당 1만4779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장중 1만4533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1월 세운 종전 최고치를 넘어선 데 이어 이틀 연속 신고가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약 18% 올랐다. 최근 1년간 상승률은 47%에 달한다.

구리 가격은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이다. 경기가 좋아져 생산과 건설이 늘면 가격이 오르고 침체가 예상되면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구리 가격의 상승세를 경기 흐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건설 확대로 장기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과 미국의 정련 구리 관세 부과 가능성이 단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최근 구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미국의 정련 구리 수입관세 확대 가능성이다. 미국 상무부는 내년부터 정제구리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2028년에는 이를 30%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관세 부과 여부를 담은 조사 보고서는 지난 6월 30일까지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두 달 넘게 미뤄졌다. 최종 결정이 늦어지면서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구리 가격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지역별 재고 불균형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관세 부과에 대비해 미국이 구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재고가 미국으로 쏠린 영향이다. 미국 상품거래소(COMEX)가 보유한 구리 재고는 글로벌 재고의 70%에 육박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가능성을 앞두고 구리가 미국으로 집중되면서 COMEX 재고는 69만6000톤으로 사상 최대까지 증가했고 반대로 LME 재고는 5월 말 이후 약 4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관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전해지지 않는 한 구리 가격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대체로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생산 차질도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광산 붕괴 사고와 구리광석 함유율 저하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있어서다.

칠레의 지난달 구리 수출액은 46억3000만달러로 7월(53억7000만달러)보다 줄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칠레는 전 세계 광산 구리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구리 공급 전망을 낮춰 잡았다. 연초에는 올해 광산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에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글로벌 구리 광산 생산량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구리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과 광산 생산 차질을 꼽는다. 중장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구리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는 발전부터 송전, 최종 소비까지 전력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다. AI 데이터센터가 늘고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투자가 확대되면서 구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은 글로벌 구리 수요가 지난해 2800만톤에서 2040년 42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확대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2040년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약 1000만톤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전력 사용량 증가가 구리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라면서 “구리 실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고 가격 조정 시 분할 매수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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