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르면 12~13일 중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장들을 만날 예정이다. 취임 열흘도 안 된 시점의 회동은 이례적이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민생과 산업 경쟁력 회복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는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대응을 위한 사전 포석임도 분명하다.

지금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 내수 침체에 수출도 얼어붙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25% 고율 관세라는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의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했다. 철강 수출도 20.6% 줄었는데 관세가 50%로 올라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고용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산업 경쟁력마저 점점 밀리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대통령이 재계와 조기에 머리를 맞대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준비하는 건 필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비상경제점검 TF’를 출범시키며 경제 회복을 국정 1순위로 선언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기업이 있다. 일자리도, 세수도, 미래 먹거리도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는 중심은 기업”이라 한 만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규제를 풀고 기업이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규제성 법안 처리를 서두르며 재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쟁의 범위 확대 등은 기업 경영을 더욱 옥죄는 방향이다. 반도체업계의 연구개발(R&D) 인력 ‘주52시간제 예외’ 요구에도 여당은 선을 긋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노동 유연성 없이는 투자도, 고용도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말로만 ‘경제 동반자’를 외칠 게 아니라, 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만남이 형식적 소통에 그쳐선 안 된다. 대선 후보 시절 기업인들과 수시로 교감해 온 이 대통령의 말이 이제는 구체적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규제 완화, 세제 지원, R&D 투자 등 경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대통령은 사회적 피해가 없다면 기업의 현실적 대안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허심탄회하게 애로와 제안을 전해야 한다. 해법은 늘 현장에 있다. 이번 회동이 그런 실질적 소통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