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일본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가 발효되면 이르면 다음주부터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던 25% 품목별 관세가 15%로 낮아진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일본 건을 우선 처리하면서 일본이 먼저 관세 혜택을 누리게 됐다. 당분간 한국은 기존 25% 관세를 적용받아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본과 미국은 상호관세 산정 방식, 투자, 에너지, 농산물, 항공우주 제품까지 폭넓은 무역조건을 문서로 명확히 규정했다.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고 옥수수 대두 비료 등 연간 80억달러 상당의 농산품 구매와 추가 인증 절차 없이 미국 승용차 수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에 없는 천연자원·복제 의약품 등 필수품목에 대해선 상호관세를 0%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해선 미국 정부가 투자처를 선정하도록 했다. 일본의 이행 여부를 상무부 장관이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미이행 시 관세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미국이 철저히 통제권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25%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미국과의 이견으로 행정명령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일본 사례를 보면, 투자금액뿐 아니라 투자 세부와 선정권, 농산물 구매 규모, 인증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 사항이 매듭지어져야 합의 이행이 가능하다. 합의의 세부 내용을 확실히 정리하는 게 관건이다.

관세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대미 수출은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미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올해 1∼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고, 8월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관세가 15%로 확정된 상태에서 우리만 25%를 유지하면 그동안의 가격경쟁력 이점이 사라져 산업 피해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의약품, 반도체 관세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디지털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들에 추가 관세를 경고한 것도 한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세부 조건을 급하게 받아들여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지연으로 인한 산업 피해가 커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 투자·농산물·에너지 구매조건을 구체적으로 조율하고, 행정명령 발효시점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