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르면 올해 안에 배임죄를 폐지하기로 했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온 배임죄가 72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법 위반 등 기업 경영 활동과 관련해 형사 처벌 조항이 있는 이른바 ‘경제형벌’ 110개는 징역형을 과태료와 벌금 등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정은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주도의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옥죄기’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는데 모처럼 재계의 숙원으로 꼽히던 배임죄 폐지를 비롯한 경제형벌 손질에 당정이 적극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경제단체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기업 활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표는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인수 가격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경영판단 영역에 속한다”며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법 등에 규정된 배임죄는 기준이 모호해 수사기관과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김 전대표의 사례처럼 경영상의 판단을 광범위하게 배임죄로 의율해 기소하는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지난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와 주주로 확대되면서 배임죄 남발이 우려되던 상황이어서 배임죄에 대한 당정의 조치는 더욱 설득력이 크다.
그렇다 해도 배임죄 공백에 따른 혼란은 막아야 한다. 악덕 기업주나 경영진, 부패한 관료나 정치인이 사익을 취하려 기업과 공공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범죄까지 관용해서는 안될 일이다. 민주당의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와 법무부는 별도의 처벌 조항을 다른 법률에 도입하는 보완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 면소용이라는 여당의 비판이 나온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배임죄를 포함한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 소상공인까지 옥죄며 경제 활력을 꺾어 왔다. 한국경제인연합회은 이런 경제형벌이 6000여개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기업하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경제형벌 완화가 규제혁파→기업의 과감한 투자→경제성장을 불러오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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