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냉방기 사용증가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 적용을 받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누진제 구간을 50㎾ 늘리도록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그치는 만큼 가정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이뤄진 누진제가 적용되는데,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차이가 11.7배에 달한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아닌 계절ㆍ시간별 요금제다. 여름과 겨울 전력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는 상대적으로 비싸고, 봄과 가을 심야시간대는 더 싼 식이다.

산업용 전기요금(갑Ⅰ기준)은 저압 전력 기준 여름철 ㎾h당 81원, 봄ㆍ가을 59.2원, 겨울 79.3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배전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특성상 가정용 전기요금과 직접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중론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이 주로 산업용 위주로 인상됐다면서 오히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팀장은 “지난해 한전의 산업용 전기 원가 회수율은 100%를 넘어선 109%였다”면서 “원가보다 비싼 요금을 물고 있으며 전기요금 상승은 제조단가를 올려 경쟁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품 원가의 30∼4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철강업체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주태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200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84%, 가정용은 20%정도 올랐는데 기업이 더 큰 부담을 져왔다”며 “비교적 저렴한 전기요금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분명 낮은 수준이라는 점과 제조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인상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박의 목소리도 높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전기요금보다 평균 40∼50% 저렴한 편”이라며 “국내 기업의 제조단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이 1.6%에 불과해 전기요금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 대비 80% 이상 수준”이라면서도 “OECD 국가보다 평균 40∼50% 저렴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전기공급사업 정보를 공개하고 가정용은 물론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산정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기업인 한전은 전기 제조ㆍ판매원가 내역을 공개하고 과연 적절한 요금으로 가정과 기업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여론도 한전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에 누진제 요금 폭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