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연일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7일엔 4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3000까지 약 13년 5개월이 걸렸는데, 이날 4000선 돌파까지는 약 4년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수 상승률도 주요 20개국(G20)의 대표 지수 중 단연 1위다. 코스피는 올해 68% 올라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15.5%), 일본 닛케이 225(26.7%), 홍콩 항셍(31.7%) 등을 압도한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던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돌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코스피 4000시대는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미국발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증시부양책 등 3대 요인이 동력이 됐고,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이 결정적 방아쇠를 당겼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1년 유예하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하기로 한 100% 추가관세를 철회하기로 잠정합의했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폭발했다. 삼성전자는 ‘10만전자’, SK하이닉스는 ‘53만닉스’ 시대를 열었다. 관세 리스크 완화로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도 가파르다.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 보유액은 1125조원(비중 34.7%)으로, 지난해 말(632조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피가 파죽지세의 기세로 4000선 고지에 도달했지만 안착한 후 이재명 정부의 목표대로 5000선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현 장세가 정부의 확장재정과 미국발 금리인하 전망 등 유동성 장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미중 대립구조 완화 등 외부 훈풍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국면이 도래하면 통화긴축 국면으로 전환될 소지가 크다. AI발 반도체 초호황기도 ‘과잉투자’라는 거품론을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0.9%, 내년에는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국은행)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축경제에 코스피만 팽창하는 현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약하면 다리격인 증권시장이라는 하부구조도 오래, 빨리 달릴 수 없는 법이다. 증시 활황기에 비관적 전망을 자주 내놓은 이력 때문에 ‘닥터둠’이란 별명이 붙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깜짝전망’을 제시했다. AI 등 기술 혁신이 불확실성을 압도하고 남는다는 것이다. 혁신성장이 코스피 4000과 5000선 도전의 관건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