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되살아난 울릉도 벼농사 첫 결실… 주민·학생 함께한 전통 수확 체험 ‘눈길’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절기상 입동(立冬)을 하루 앞둔 6일, 울릉군 서면 태하리 울릉개척사 부지 일원의 다랑논에서는 올가을 특별한 벼 수확이 이뤄졌다.
바로 1987년 이후 중단됐다가 36년 만인 지난 2023년 재개된 울릉도 벼농사의 소중한 첫 결실을 기념하고 섬 개척민들의 땀과 노력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현장에는 울릉군과 군의회, 농협, 지역 주민, 저동초등학교 학생 등 100여 명이 함께해 1,500㎡(약 453평) 규모의 논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수확한 벼는 중만생종 ‘영진(밀양283호)’ 품종으로, 지난 6월 2일 모내기한 지 157일 만의 결실이다. 특히 행사장에는 과거 농촌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하듯 족답식 탈곡기와 홀태가 등장해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족답식 탈곡기는 벼 낱알을 털어내기 위해 사용하던 전통 농기구로, 발(足)로 밟아(踏) 동력을 얻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일명 ‘호롱기’로도 불리며, 회전통의 목재 부분에 V자형 강철 급치를 지그재그로 박아 탈곡 효율을 높인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농기구다.
발로 동력을 전달하고 손으로 타작해야 해 노동 강도가 높았지만, 당시 농기계 발달 이전 시대에는 ‘탈곡의 제왕’으로 불리며 추수철마다 논밭마다 빠지지 않던 필수품이었다.
함께 선보인 홀태는 벼를 ‘풋바심’할 때 사용하던 연장으로, 손바닥만 한 나무판자를 빗살 모양으로 깎아 벼 이삭을 훑어내는 방식이다. 한 주민은 “옛날엔 하루 종일 홀태질을 해도 한 가마니 털기 힘들었다”며 “그래도 그때는 다들 웃으며 도와줬던 정겨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울릉도의 벼농사는 1882년 울릉도 개척령 이후 시작됐다. 1977년에는 재배 면적이 48ha, 생산량이 178t에 이를 정도로 활발했지만, 이후 약초 재배 확대와 인력 부족으로 점차 줄어들다 1987년 완전히 중단됐다.
울릉군은 지난 2022년 벼농사 복원 사업을 추진해 이듬해인 2023년 6월 모내기를 시작해, 그해 9월19일 첫 수확을 맞게 됐다.
군은 앞으로 밭이나 휴경지로 남아 있는 다랑논을 단계적으로 볏논으로 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태하리 벼농사 복원은 단순한 작물 재배의 의미를 넘어, 개척민들의 도전정신과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자 울릉도만의 새로운 농촌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확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족답식 탈곡기를 직접 밟으며 전통 농기구의 원리를 배우고, 주민들이 함께 벼이삭을 털어내며 “이런 날이 다시 올 줄 몰랐다”며 웃음을 지었다.
늦가을 들녘에 울려 퍼진 탈곡기의 덜컹거림은, 세월을 넘어 옛 울릉도의 풍요로움을 다시 불러냈다.
ks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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