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생물 ‘깍새’ 도로·학교 앞서 발견 급증
울릉문화원 “연구 중단 위기… 보호·지원 시급”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울릉도 도심 한복판에 해양 보호 생물인 슴새(일명 깍새)가 잇따라 출현해 주민 신고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소(離巢) 시기를 맞은 슴새들이 비행 중 체력 소진으로 도로와 마을 주변에 내려앉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울릉군과 지역단체가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일 오전 6시경, 울릉읍 저동 관해정 인근 어판장에서 몸무게 1㎏이 넘는 슴새 2마리가 비행 중 지쳐 도로에 앉아 있는 것이 발견됐다. 차량 통행이 잦은 위험한 구역이었으나 주민 신고로 119 구조대가 출동해 무사히 구조됐다.
앞서 2일 밤 11시경에도 저동리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슴새 2마리가 발견됐다. 한 마리는 체력 소진으로 쓰러져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운동 중이던 주민 A씨가 이를 발견해 신고했고, 구조된 개체들은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슴새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보호받는 해양조류로, 울릉도에서는 예로부터 ‘깍새’라 불려 왔다.
과거 식량난 시절 주민들이 깍새 고기와 명이나물로 생계를 이어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울릉도 개척사와 뗄 수 없는 조류로 평가된다.
울릉문화원은 2023년 ‘울릉도 깍새의 실체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깍새의 생태와 울릉도의 생활사적 의미를 조명했다.
문화원 산하 향토사연구소 깍새 탐조팀은 2년간 야간 탐조 및 현장조사를 통해 짝짓기, 부화, 성조의 이동 등 슴새의 생애 전 과정을 관찰한 바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슴새는 주로 해안 절벽의 틈새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가져 일반인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울릉도 전역의 절벽지대에 슴새굴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울릉도와 독도를 합쳐 약 1,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관음도는 과거부터 깍새가 많아 ‘깍새섬’, ‘깍깨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연구팀은 슴새의 귀소 본능과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 허가를 받아 새끼 슴새 10마리에 가락지를 부착하는 등 장기 관찰을 이어왔다. 하지만 연구는 현재 예산과 인력난으로 중단된 상태다.
탐조팀은 2026년까지 경북도지사 허가를 받아 포획·관찰 연장 승인을 얻었으나, 후속 지원이 끊겨 연구 재개가 어려운 실정이다.
탐조활동에 참여했던 주민 A씨는 “서해나 남해안처럼 울릉도에도 전문 조류연구센터를 유치해 토종 조류의 체계적 보호와 생태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며 “울릉도·독도가 천연의 섬, 해양생태계의 섬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슴새는 우리나라 대표 여름 철새로, 2~3월경 독도 등 외딴섬에서 번식한 뒤 11월 무렵 필리핀 남부·인도네시아·호주 등으로 이동해 월동한다.해양생태계 보전지표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무분별한 접근이나 포획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ks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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