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은 AI(인공지능) 혁명과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5년 내 우리 주력 산업이 중국에 추월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산업경쟁력을 지탱할 합리적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며 우려를 낳고 있다.

개정 노조법의 핵심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사용자’ 범위의 모호한 확대는 원청의 책임 전가, 경영활동 위축, 예측 불가능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의 자율 경영과 투자 의사결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셋째, 하도급 계약 종료의 쟁의 대상 포함, 불법 파업에 대한 손배제한은 법적 안정성을 흔들고 기업의 정당한 구제수단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노사분쟁이 잦은 국내 산업현장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특히 대기업 노조의 요구가 협력사 임금 압박으로 확산되는 구조는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그만큼 정부가 준비 중인 시행 매뉴얼은 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다음 사항이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첫째,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원청의 안전관리와 같은 법정의무를 사용자성 근거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간주사용자 인정요건은 ‘업무상 지휘·명령, 필수적 구조편입, 교섭타당성’이라는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둘째, 노동쟁의 대상의 과도한 확대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사업 경영상 결정’은 ‘중대성, 직접성, 집단성’의 세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해 인정토록 한정하고, 소규모 또는 개별 인사, 공정 전환, 조직 개편 등은 쟁의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

셋째,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개별 하청교섭이 허용되면 대규모 협력사를 둔 산업은 동시다발적인 교섭과 그에 다른 비용 폭증에 직면할 수 있다. 교섭단위 분리는 노동위원회 승인 절차로 제한하되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산업현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반영해야 한다.

넷째, 도급계약 체결·종료는 민사 영역의 계약 행위인 만큼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섯째, ‘근로자 지위’ 관련 규정은 집단적 기준 설정에 한정해 적용해야 하며 개별 복직·징계 분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섯째, 새로운 제도 변화에 맞춰 산업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법 시행일인 ‘26년 3월 10일부터 최소 6개월 이상의 추가 유예기간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노사간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준점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덜고 산업 현장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야만 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산업계가 안심하고 미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명확한 시행 지침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 산업협회(KAM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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