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메타·코어위브 등 기술대기업
AI인프라 투자급증에 부채 의존 심화
월가가 인공지능(AI) 붐의 이면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술기업들의 부채가 빠르게 늘자, 투자자들이 채무 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불과 두 달 만에 CDS 거래량이 90% 급증하며 시장의 경계심이 수치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예탁결제기관(DTCC)의 미국 기술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CDS 거래량이 9월 초 이후 약 90% 증가했다고 전했다. CDS는 기업이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경우 보상금을 지급받는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관련기사 22면
이번 거래 급증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선 기술기업들을 둘러싼 불안 심리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 고성능 반도체, 클라우드 설비 등 AI 투자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CDS 거래는 오라클과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에서 두드러졌다. 두 기업 모두 AI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조달하고 있다. 메타 역시 AI 프로젝트 자금 마련을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CDS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었다.
JP모건의 나다니엘 로젠바움 투자등급 신용전략가는 “이번 분기에는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별 기업 CDS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AI 인프라 확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신용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가을 메타,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AI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 규모는 총 88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한다. JP모건은 투자등급 기업들이 2030년까지 AI 관련 투자 명목으로 최대 1조500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술 대기업을 사실상 무위험 자산처럼 여겼지만, 이제는 기업별로 신용 위험의 크기를 따져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 결과 CDS를 통한 헤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라클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사례다. 오라클은 투자등급 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과 빠르게 늘어나는 부채로 인해 CDS 주간 거래량이 올해 들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오라클 CDS를 매입하는 비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알타나 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베네딕트 케임은 “오라클이 당장 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CDS 가격은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채 형성돼 있었다”며 “AI 투자 경쟁이 이어질수록 신용 위험은 다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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