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솔선수범을 보이지는 못할 망정 국민에 대하여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아니될 일”이라고 했다. 특검의 구형량(15년)의 10분의 1정도인 양형을 두고 논란이지만, 정치 논리가 개입해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나 자격에 대한 재판부의 근본적 인식이 과연 법과 상식에 전적으로 타당한가는 짚어볼 일이다.
대통령 배우자는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나라를 대표할 수 없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법적 개념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는 입헌군주국에서의 국왕이다. 우리 역사엔 봉건 왕조시대에 왕의 부인을 가리켜 ‘국모’라는 표현을 쓰긴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입헌군주국도 아니고, 지금은 조선시대도 아니다. 헌법상 대통령만이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규정은 ‘대통령 경호법’에서만 등장한다. ‘청탁금지법’은 ‘대통령 배우자’를 별개로 하지 않고 ‘공직 배우자’로서만 기술한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대통령이 헌법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불가피하게 ‘경호’를 받으며, ‘청탁금지’에 대한 의무를 지는 존재일 뿐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혐의 중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통일교로부터 수수한 3점의 물품 중 2점만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형무등급 추물이불량’ ‘인 두비오 프로 레오’라는 한자와 라틴어 문구를 인용했는데, 각각 법가사상과 고대 로마법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법 앞에 평등’ ‘무죄추정’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 등 용어로 충분히 대체가능한 말이다.
시대착오적 인식이나 국민 평균의 일상언어와 동떨어진 표현은 판결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주관적 수사(修辭)와 판단은 철저히 배척하고 법리와 증거, 사회구성원의 법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로선 처음으로 김 여사를 단죄했지만 구형과 선고의 커다란 간극은 국민들로선 납득하기 어렵다. 김 여사의 남은 혐의가 여럿이고 2·3심 뿐 아니라 별도 재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특검측이나 재판부나 더 엄밀한 구형과 선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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