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10대 그룹 총수 및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지방 투자와 청년 채용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재계는 향후 5년간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와 올해 5만여명 채용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배터리·AI(인공지능)·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 구상은 침체된 지역 경제와 청년 고용에 숨통을 틔울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국내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극 3특’ 체제를 통해 지방에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고 정부가 여기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고 중소기업과 지방, 청년 세대로 확산돼야 경제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풀밭과 메뚜기, 토끼가 있어야 호랑이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비유를 들며, 생태계의 약한 고리가 튼튼해져야 강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실제 우리 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산업은 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주력 업종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흐름도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로서도 이런 불균형이 바람직할 리 없다. 내수 기반이 약해지고 인재가 수도권으로만 쏠릴수록 기업의 성장 토대 역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의 활력이 꺼지면 소비와 노동력, 협력업체 생태계가 함께 위축되고 그 부담은 대기업에도 고스란히 돌아온다. 양극화 해소가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기업 경영의 현실적 과제이기도 한 이유다.
다만 기업이 투자에 나서려면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먼저 서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재 유입이 어려운 지역에 투자를 결정하려면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전력·용수 등 산업 인프라는 수도권과 여전히 격차가 크고, 지역 산단의 전기료와 물류비 부담도 기업들에겐 현실적인 장애물이다. 인허가 절차는 길고, 노동·환경 규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여건에서는 투자 약속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청년 일자리도 AI와 로봇 기술 확산으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채용 규모 확대만을 요구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관건은 기술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다. 첨단기술 교육 지원과 인재 양성,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 육성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한층 중요하다. 정부 역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신산업과 새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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