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대한특별민국’으로 국호 자체를 바꿔야 할 판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통합 지자체에 ‘특별’을 끼워 넣은 이름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진다. ‘충남대전특별시’, ‘전남광주특별시’, ‘대구경북특별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한 발 빠져있지만 부산·울산·경남의 경우에도 ‘부울경광역특별시’, ‘부울경특별연합’, ‘부울경특별자치시’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바 있다.
문제는 ‘특별’이 남발되면서 본래 취지와 달리 행정통합 이후에도 전혀 특별할 게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회의론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있다. 여기에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 용인, 고양, 창원, 화성 등 특례시들 역시 영문으로 ‘Special City’를 활용하며 특별함을 내세운다. 지금 거론되는 통합 광역 지자체 명칭이 최종 확정되면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특별하지 않은 곳은 경기와 인천 정도만 남는다. ‘경기일반도민’, ‘인천보통시민’처럼 특별할 게 없는 주민만 남을 수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6107달러로 2014년 이후 12년간 3만 달러 덫에 갇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년 늦춘 2029년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진입하는데 평균 6년가량 걸렸다는 점을 떠올리면 마냥 스쳐지나기 어려운 대목이다.
3만 달러 덫의 배경과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뒤따른다.
당장 고환율과 변동성 확대, 저출생과 고령화 증대 등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수도권 일극체제 중심 성장전략의 한계를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거시사는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그나마 똘똘한 한 놈한테 얼마 안 되는 기회와 자산을 몰아주고, 그놈이 집안을 일으켜 세운 미시사의 총합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1인당 GDP 3만 달러 국가에 진입한 것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넘어 명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놈에게만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남부내륙철도 착공식에서 그간 서울에 ‘몰빵’, ‘올인’해 낙수효과로 과실을 거뒀지만, 이런 일극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국토균형발전을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 데 대해 대다수가 공감하는 까닭이다.
다만 늘 그렇듯 과정과 방법이 문제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입법공청회에서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행정통합에 대해 주민주권 말살, 지방재정 파탄 등 비판이 이어졌다. 여권 내에서조차 허울뿐인 행정통합에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뜩이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도를 내면서 눈총을 사는 행정통합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광역 지자체 행정통합은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지자체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지방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회피해서도, 회피할 수도 없는 길이다. 이 길에서 특별함은 해답이 될 수 없다.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일반 주민들이 주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정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신대원 정치부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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