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 중심’의 통합 산불 체계가 정착돼야…산불 원인별 ‘맞춤형 예방 대책’ 선제적 추진 제언
[헤럴드경제= 이권형기자] 영남 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10만 헥타르가 넘는 소중한 숲(서울시 면적의 약 1.7배, 한 해 동안 심는 조림 면적의 5배)이 잿더미로 변했다. 30명이 넘는 사상자와 1조 8000억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약 764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고 한다.
그날의 기억은 지역 주민과 임업인들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다행히 국회에서 ‘산불특위’를 구성해 제정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올해 2월부터 시행되면서 피해 복구와 지역 재건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 산불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재산상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생계 안정과 심리 치료,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면 올해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2월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140여 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기후가 변해 가면서 극한 기상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은 온도, 습도, 바람 등 기후와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겨울에서 봄철로 넘어가면서 기온이 오르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뿐 아니라 강풍이 부는 것이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이다.
기온이 2도C 오르면 산불 발생 확률이 13.5% 높아진다. 실효습도가 35% 이하이면 작은 불씨라도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다. 초속 6미터의 바람이 불면 산불 확산 속도가 26배 빨라진다. 초속 13미터 이상의 강풍이 불면 헬기 진화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야간산불로 이어지면 항공안전법에 따라 헬기 진화가 제한을 받는다.
산불의 원인을 살펴보자. 대부분 사람의 사소한 부주의로 산불이 발생한다. 영농철을 앞두고 고춧대, 깻대 등 농산폐기물과 쓰레기, 논 밭두렁 소각이 전체 산불의 30% 가까이 된다. 불씨가 있는 화목보일러 재의 무단투기. 비닐하우스 용접 불티, 고압선 스파크와 건물 화재가 산불로 번지는 사례, 입산자 실화 등이다. 방화도 있을 수 있다.
산불방지대책은 어떤가? 극한 기후 등으로 초대형 산불이 ‘뉴 노멀(New Normal)’ 이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산불 재난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산림청이 초대형 산불을 교훈 삼아 발표한 ‘2026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 중 달라진 것은 ‘범부처 산불방지 체계’를 강화하고 ‘진화 인력과 자원’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동해안과 남부권에 ‘국가산불방지센터’를 설치하고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국가산불대응상황실’을 상시 운영하고 한다는 것. 산불대응단계도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 운영한다는 것 등이다.
산불방지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올해 2월부터 새롭게 시행된 ‘산림재난방지법’을 토대로 ‘예방-대비-대응-복구’가 상호 연계된 현장 중심의 산불재난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력, 국민적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충분한 재정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방 중심’의 통합 산불 체계가 정착돼야 한다. 산불 원인별 ‘맞춤형 예방 대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 과학기술 장비를 활용해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초동 진화를 위한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극단적인 야간산불 상황에서는 헬기를 투입해 진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범정부적인 협업 체계 구축과 함께 숲을 아끼는 국민 개개인의 안전 의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산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kwonh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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