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전세계를 향한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의회 국정연설에서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정책이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교역상대국에 ‘더 나쁜 무역합의’도 강제할 권한이 자신에 있다고 위협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튿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일부는 15%로 오르고,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으로선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더욱 커진 양상인데, 한미 간 무역합의 갈등의 빌미가 된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논의는 공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좋은 소식은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이미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와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법 등을 동원해 더 강력한 관세 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는데, 이를 국정연설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그리어 대표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이른바 무역법 301조를 통해 교역상대국의 불공정무역관행과 보조금, 비관세장벽 등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분야가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대상이고,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과 온라인플랫폼법 등은 슈퍼 301조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우리로선 미 정부에 관세협박의 빌미를 없애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관세 관련 트럼프 대통령 연설 핵심은 기존 합의를 지키라는 것이며, 이를 어기면 더 강한 제재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는 대미투자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과 결부돼 있다. 그러나 여당의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3법’ 강행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여야 공동의 대미투자법특위는 전혀 진척이 없다. 애초 목표인 3월 9일 처리 시한이 불투명하다.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사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경제계의 조찬 간담회에서 “이미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관세 조치로 자동차 산업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무력화됐지만 향후 자동차 관세 압박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며 대미투자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는 기업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운을 좌우할 통상문제를 정쟁의 볼모로 삼아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