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가운데 국제 유가와 환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 정유시설 파괴 여파로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가능성 발언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 역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에 근접했다가 1470원대로 내려섰다. 시장이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말했다. 전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발언 이후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95달러 수준까지 내f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도 전쟁이 “꽤 빨리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발사대, 드론 생산시설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는 설명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필요할 경우 전략 비축유 방출 등 공동 대응에 나설 뜻을 밝힌 것도 치솟던 국제 유가를 진정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1496.5원)에 근접했다가 21.80원 급락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우려했던 외환시장이 다소 진정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해상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거나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가 추가로 타격을 받을 경우 공급 충격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생산시설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중동산 석유와 가스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휘발유·등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한 상태다. 화물 운송업계에서는 유류비 상승으로 월 수입이 100만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국제 유가의 충격이 서민 생활과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 역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조만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가격 규제만으로 유가 충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대체 공급선 확보에 더 힘써야 한다.
지금 국제 시장은 전쟁 소식 한마디에 유가와 환율이 급등락하는 상황이다. 종전 기대가 나오면 시장이 안도하고, 긴장 고조 소식이 나오면 다시 흔들린다. 이런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섣부른 낙관보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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