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헤럴드랩] 2022년 6월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의 완전체 컴백을 알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 ‘아리랑’을 오는 21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에 더욱 관심이 뜨겁습니다.
여러분들은 BTS 하면 어떤 곡이 떠오르시나요.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역대 최초로 누적 재생 수 10억 회를 돌파한 ‘봄날’ 혹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달성한 ‘Dynamite’
이렇게 역대급 기록을 달성한 유명 곡들도 좋지만, 이외에도 팬들이 아끼는 곡이 많습니다. 앨범 속에 숨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다시 찾아 듣게 되는, 이른바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인데요.
컴백 공연을 기다리는 지금, BTS 음악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수록곡 몇 곡을 다시 꺼내 들어볼 시간입니다.
Whalien 52 (화양연화 pt.2, 2015)
Whalien 52
이 넓은 바다 그 한가운데
한 마리 고래가 나즈막히 외롭게 말을 해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는 게
사무치게 외로워 조용히 입 다무네
이 곡을 이해하려면 먼저 제목의 의미부터 알아야 합니다. 52고래를 뜻하는 ‘Whale 52’와 외계인을 뜻하는 ‘Alien’의 합성어인 ‘Whalien 52’.
52 고래란, 1989년 1989년 미국 해군의 수중 음향 탐지 시스템(SOSUS)을 통해 처음 특정되고 추적된 고래라고 합니다. 보통의 고래가 12-25㎐ 정도의 낮은 주파수를 내는 데에 비해 52 고래는 52㎐의 높은 주파수로 소통하기 때문에 다른 고래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까지 붙었죠.
이 노래는 그러한 52 고래에 본인들을 빗대어 노래하는 곡입니다. 지금이야 K-팝을 넘어 월드 스타의 반열에 확고히 올라온 BTS이지만, 2015년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수많은 아이돌 그룹과 수많은 악성 댓글 사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증명해야 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데뷔 이래 쉬지 않고 매년 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그 모든 노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있는지 쉽게 체감하기는 어려웠던 시기였죠. 따라서 그런 시기에 만든 이 노래에는 “눈먼 고래들조차 날 볼 수 있을 거야”라는 가사처럼 신념과 희망을 놓지 않던 그때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뷔는 이 곡을 부르다 콘서트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정국 역시 “외로운 고래에 우리를 빗댄 노래라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애착이 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Whalien 52’는 대중뿐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곡입니다. 그때의 멤버들처럼, 지금 사무친 외로움과 무력감에 슬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노래가 가슴 깊이 와 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Save me (화양연화 Young Forever, 2016)
Save ME
내 심장 소릴 들어봐
제멋대로 널 부르잖아
이 까만 어둠 속에서 너는 이렇게 빛나니까
그 손을 내밀어줘 save me
이 곡은 아마 BTS의 수록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꾸준한 인기 덕분에 발매된 지 10년이 지난 올해 2월 뮤직비디오 조회수 8억회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곡이라 유튜브 내 여러 커버 영상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 손을 내밀어줘 save me”를 끊임없이 부르짖으며, 무너져가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붙잡히고 싶은 감정을 이야기하는 노래. 가사에 맞게 걷잡을 수 없는 비트와 처절하고 아름다운 안무 또한 이 노래를 더욱 명곡으로 만드는 포인트입니다.
또 ‘화양연화’라는 이름 아래 이어진 BTS의 서사 속에서 이 곡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는 청춘의 가장 솔직한 단면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합니다.
BTS (방탄소년단) - Save Me + I‘m Fine @M COUNTDOWN
하지만 이 곡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모를 법한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2018년 이 곡의 후속곡인 ‘I’m fine’이 발매되었다는 점입니다.
‘Save me’ 필기체를 거꾸로 돌렸을 때 드러나는 ‘I’m fine’이라는 글자와, 두 곡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듯 연결된 가사, 백마스킹된 멜로디까지. ‘이스터 에그’(콘텐츠에 재미로 숨겨놓은 장치)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처럼 한 곡뿐만 아니라 여러 곡에서 그들의 서사가 연결되는 지점이, BTS 음악을 더 오래 곱씹게 만드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Love Maze (LOVE YOURSELF 轉 ‘Tear’, 2018)
Love Maze
사방이 막혀있는 미로 속 막다른 길
이 심연 속을 우린 거닐고 있지
저기 가느다란 빛
그 낙원을 향해 헤매고 있기를
이 곡은 BTS의 팬덤인 아미(ARMY)들을 향한 팬송입니다. 다만 BTS의 여느 노래들처럼,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두어 듣는 이에 따라 연인을 향한 노래로도, 친구를 향한 이야기로도 읽힙니다.
하지만 달콤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제목과는 달리, 이 곡은 수많은 시련 속에서 서로가 가져야 하는 믿음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분위기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관계라도, 그 주변을 둘러싼 모함과 거짓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관계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흔들리는 순간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죠.
그러한 순간들이 왔을 때, 결국 필요한 건 서로를 끝까지 믿기로 선택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덧없는 거짓 속에서 우리가 함께면 끝이 없는 미로조차 낙원”, “때론 거짓은 우리 사일 가르려 하니 시련은 우릴 속이려 하지 그럴 땐 내게 집중해 어둠 속에선 우리면 충분해”라는 가사처럼, BTS는 끊임없이 존재와 실력과 가치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팬과 우리, 서로만 믿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BTS의 노래에는 이런 서사를 가진 가사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어린 시절 데뷔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악성 댓글과 가십 속에서도 버텨내며, 끝내 자신을 증명했기 때문이겠죠.
그런 점에서 BTS의 곡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지나온 시간과 감정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지금도, 새로운 노래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HOME (MAP OF THE SOUL: PERSONA, 2019)
HOME
갈림길에서 자꾸 생각나
볼품없던 날 알아줬던 너
네 생각에 웃을 수 있었어
네가 있는 곳
아마 그곳이 mi casa
이 곡 또한 ‘Love Maze’와 마찬가지로 팬덤인 아미(ARMY)들을 향한 팬송입니다. 제목과 가사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팬을 ‘집’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 빗대어 표현해 많은 팬의 마음을 울리는 곡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면 무슨 기분이 들까요.
가수로서 목표했던 바와, 그토록 바라던 성공을 모두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꼭 충만함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 곡은 이야기합니다.
“내가 원한 건 모든 걸 가져도 뭔가 허전한 지금, 모든 걸 이룬 자가 느낀 낯선 기분”이라는 가사처럼, 큰 성공 뒤에는 결국 공허함만이 남나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꼭대기에서 가장 사무치게 그리운 건, 내가 성공하든 좌절을 맛보든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머물러 있는 ‘집’이 아닐까요.
하지만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를 오가며 공연을 이어가고, 한곳에 오래 머물러 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 속에서, 그 ‘집’의 의미는 점점 흐려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BTS는 팬들이 있는 모든 곳을 집으로 정의합니다. “온 세상이 내 집”, “너만 있다면 다 내 집이 될 거야”라는 가사처럼, 결국 이들이 돌아가고 싶은 곳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나를 절대적으로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팬들이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받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노래.
이 곡을 들으며, 내가 돌아가고 싶은 ‘집’은 어디인지 한 번 떠올려봐도 좋겠습니다.
잠시 (BE, 2020)
잠시
매번 같은 하루들 중에
너를 만날 때 가장 난 행복해
매번 다른 일상들 속에
너란 사람은 내게 가장 특별해
앞에서 외로움, 좌절, 공허함의 순간들을 노래에 담아 다소 노래 분위기가 어두웠다면, 이번엔 펑키한 리듬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팬송입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전 세계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어 ‘잠시’ 떨어져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가사로 풀어낸 이 노래.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비록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항상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메시지를, BTS는 이 노래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올해 데뷔 13주년 차가 된 BTS. 연차가 꽤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팬플러스에서 진행한 ‘KPOP 팬사랑꾼 아이돌’ 투표에서, BTS의 맏형 진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팬 사랑을 증명하듯, 이 노래는 “비록 지금은 멀어졌어도 우리 마음만은 똑같잖아”라고 이야기합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도,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음과 팬들과의 연결을 노래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예정되어 있던 투어와 시상식들이 줄줄이 연기되며 걱정이 많았을 팬들에게 “괜한 걱정들은 잠시 내려놓은 채로 잠시 우리끼리 즐겨보자 함께”라는 밝은 가사로 위로를 건네며 많은 팬을 안심시켜 주기도 했죠.
부제인 ‘Telepathy’(텔레파시). 보이지 않아도 통한다는, 노래 가사의 정통을 꿰뚫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거리와 상황이라는 제약 속에서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 노래는,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마저도 결국 ‘함께’였다고 말해주는 건 아닐까요.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 내고 편견을 깨야 했던 예전의 BTS. 여러 시련을 거쳐 BTS는 ‘믿고 듣는’ 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따라다니며,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가수가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온 BTS 컴백 라이브는 수년간 쌓아 온 그들의 음악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그 무대를 기다리며, 그동안 놓쳐왔던 ‘숨듣명’을 다시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By 김주연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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