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발 고유가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26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추경안의 기본 뼈대는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대 분야다. 신속한 추경 편성으로 전례없는 대외악재의 충격파를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여야가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 끌어내린 상태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성장률에 0.2%포인트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는 2일 대통령 시정연설, 국회 대정부 질문 및 예결위 심사를 거쳐 10일 추경을 합의 처리키로 했다. 쟁점은 추경 단일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추경 총액의 약 18%인 4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소득 기준 상위 30%를 뺀 나머지 70% 국민이 대상이다. 지방일수록, 취약계층일수록 더 많이 지원한다는 기본 골격을 토대로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민생 회복 소비쿠폰 규모(12조1000억원)의 약 40% 수준의 현금이 풀린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매표 행위’이자 ‘묻지 마 퍼주기’라고 비판하면서 국회차원의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제1야당의 비판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고유가 지원금이 몰고올 물가 불안 때문이다.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되는데, 받은 돈으로 저축을 하지 말고 소비를 하라는 뜻이다. 소비가 늘어나면 물가와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는다. 이미 유가 쇼크가 생필품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530원선을 넘은 상황에서 물가와 환율이 더 뛸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 없이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 취약계층을 타킷 지원하는 점까지 포함한다면 물가 자극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도 “지금까지 발표된 (추경의) 규모나 설계를 비춰봐선 물가 압력의 영향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고유가발 인플레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추경발 물가우려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반박도 만만치않다. 정부와 한은은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물가 불안에 대한 선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추경은 그야말로 응급처방전이고 산소호흡기이지 에너지 대란을 해결할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 지정학적 위기가 다시 닥치더라도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망 다원화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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