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노동위원회가 포스코에 대해 서로 다른 상급단체에 속한 하청 노조들과 각각 별도로 교섭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교섭 단위 분리가 인정된 데다, 대기업 원청의 사용자성까지 인정된 첫 사례다. 앞서 한국노총 소속 하청 노조와의 교섭에 응했던 포스코는 이번 결정으로 민주노총 소속 하청 노조들과도 따로 교섭하게 됐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두 개 노조가 분리 교섭을 신청하면서 포스코는 최소 세 개 하청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려됐던 ‘쪼개기 교섭’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하청지회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소속 하청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포스코를 상대로 먼저 교섭에 나선 한국노총과 따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 교섭 단위 분리는 근로 조건이나 고용 형태의 현격한 차이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됐지만, 노란봉투법으로 노조 간 갈등 가능성까지 포함돼 받아들여진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산업안전 사안에 대해 포스코가 하청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보고 사용자성까지 인정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였다. 산업안전이 기준이 되면서 대기업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문제는 일단 교섭이 시작되면 임금·복지 등으로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섭 단위가 쪼개진 상황에선 한쪽 합의가 다른 쪽의 추가 요구로 이어지고, 교대·릴레이 파업으로 번질 경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체 인력 투입도 어려워진다.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하청 노조 985곳, 조합원 14만3786명이 원청 업체 36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그런데 현장에선 교섭 요구서에 의제조차 비어 있거나, 교섭 대상이 되는 하청 업체를 특정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에선 하청 노조 10곳이 교섭을 요구하면서도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았고, 조선업계에선 협력사 목록조차 제시되지 않아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한다. 교섭의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요구가 중구난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은 예상됐던 일이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살리되 사용자성 인정과 교섭 단위 분리는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시행 초기일수록 기준과 원칙이 중요하다. 교섭 대상과 범위, 절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제도를 운용한다면 혼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운용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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