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3일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전격 해상봉쇄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전쟁 문턱까지 치닫고 있다.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뒤 나온 첫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온 이란에 대해 미국이 ‘역(逆) 봉쇄’로 맞선 것이다. 특정 국가의 해상 교통을 차단해 보급로를 끊는 조치는 국제적으로 ‘전쟁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작은 충돌이 곧바로 군사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일촉즉발 상황이다.
양측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21시간 동안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의 핵 개발 문제를 놓고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해협의 즉각적인 통행 정상화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한 반면, 이란은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단계적 조치만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결렬 직후 해협 봉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상대를 궁지로 몰아 양보를 끌어내는 전형적인 ‘트럼프 스타일’로, 이란의 원유 수출과 물자 조달을 차단해 협상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계산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압박에 이란이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역시 리스크가 상당하다. 해상봉쇄는 국제 유가 불안을 자극해 미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봉쇄를 위해 미군 전력이 전면에 나서면 이란과의 직접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란의 기뢰 설치나 소형 고속정 공격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더 세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한국에 치명적이다. 국제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미국이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통행을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여기에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협력 요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이 군함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불만을 또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향후 해상 안전 작전이나 기뢰 제거 등 구체적 참여 요구로 이어질 경우, 쉽지 않은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가 이미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원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유가 안정을 위한 최고가격제 역시 시장 왜곡을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맹 차원의 군사적 협력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참여 원칙과 한계를 미리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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