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사람…발라드와는 맞지 않아”
‘<청소>의 더레이’ 부정 않고 ‘자기 음악 추구의 더레이’와 혼합·화해
화려했던 젊은날의 전성기는 사람을 향수에 빠지게 한다. 세월의 순리에 적응하며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와 견준 ‘지금’의 왜소함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은둔 생활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가수 더레이(본명 강주원)는 어떤 사람일까? 한국 무용을 하는 어머니와 목회 음악을 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늦둥이로 태어나, 피아노를 전공한 두 누나를 둔 그는 그의 말대로 “0살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멀리뛰기 운동선수도 하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우면서 4학년 때인 1997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들으며 커버 댄스를 하는 ‘이중 생활’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 때는 비보이로 활동하며 각종 경연대회를 휩쓸었고, 중3 때는 가수 엄정화의 백댄서로 뽑혔다. “그때는 춤을 춰야 가수가 될 수 있던 시대”여서였다. 그러다 노래에 집중하고 싶어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1학년 때 댄서를 그만두고 3학년 때 한 회사랑 계약을 했다. 고인이 된 가수 거북이, 방송인 김구라씨가 속한 회사였다. 노래를 계속하려 500 대 1의 경쟁률을 뜷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 진학했다가 자퇴하고 서울예술대에 입학했다. 입시곡을 시험 당일 준비할 정도로 “재수 없는 부류”에 속한 천재였다. 2006년 1집 앨범의 타이틀 곡인 <청소>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알앤비 발라드 장르에 속하는 <청소>는 그에게 음악적 ‘시련’으로 다가오는, 혹은 음악적 자아를 다시 발견하고 성찰하는 구도의 계기가 된다. <청소>가 음악인 더레이를 덮어버리고 지워버리며 번민과 고뇌를 안겼기 때문이다. 2000년대 라이브만 고집하는 ‘얼굴 없는 가수’ 회사 차원의 컨셉의 영향 때문인지 40대 초반임에도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흔한 인터뷰조차 하지 않아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오로지 소설책으로만 만날 수 있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더레이는 목소리로 주로 접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됐다. 다레이는 최근 웹툰 <흑막 공작의 못난이 부인>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을 녹음했다. 그를 졸라 지난 4월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스퀘어 지하1층 카페테리아에서 어렵게 만났다.
▷고 김광석은 언젠가부터 노래 제목처럼 될까봐 <거리에서>를 부르기를 꺼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번뇌와 고민의 계기인 <청소>에 대해 말한다면.
-‘정작 더레이는 자기 이름을 알려준 <청소>를 싫어한다’, 이렇게 이전에 잘못 알려진 적이 있어요. 그건 아닙니다. <청소>는 사실 제게는 너무 고마운 친구예요. 다만, 2010년 쭘부터인가 <청소>가 저보다 더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이 노래만 얘기를 하다 보니 제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2006년 정규앨범 1집을 내놓고 나서 13년이 지나 <아이즈온미> 등 싱글곡들을 포함해 2019년에 타이틀 신곡과 13곡의 싱글곡을 묶은 정규2집을 내놨어도 사람들은 <청소>만 얘기하고 좋아하는 거였어요. 제게는 음악적 시련이었죠. 저는 춤을 췄던 사람이고 리듬을 타야 하는데, <청소>는 서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발라드 기반의 알앤비였던 거예요. 그게 저를 너무 힘이 들게 하는 한다는 걸 군대 가기 전인 2011년쯤 알게 됐죠. 그러니까 제가 안 좋아했던 것은 <청소>가 아니라 발라드였다는 걸 깨달은 거죠. 2000년대 초반 알앤비로 데뷔했을 때 그 기반은 발라드에 가까웠던 거죠. 어느 순간 내가 행복하려고 음악을 하는 건데 왜 행복하지 않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 장르가 달랐구나’ 하고 깨달은 겁니다. 저는 <청소>에서 이미 벗어났는데, 사람들은 물론 작곡가들도 ‘<청소>보다 더 좋은 노래 만들어봐’,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대인기피증도 좀 생겼고요. 나는 카페라테를 제일 잘 만드는데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만 찾는 격이라고 할까요.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한지붕 세가족>에서 ‘순돌이’로 나온 건주형(이건주)이나,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 김성은씨나,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의 심정이 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인정받는 나의 음악 추구 <아이즈온미>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청소>가 제게 준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게 지금도 계속 있가는 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은 힙합, 힙합 알앤비였다는 걸 알았고, 회사를 나와서 2017년 정도부터 저의 음악인 힙합 알앤비를 추구하고 있고, 2020년 힙합크루, 2022년 힙합 레이블에 합류해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몇년이 지났어요. 물론, 나만의 굳건한 음을 추구하는데, 이게 그 전보다 성과가 안 나오면 어쩌지, 이런 각정은 늘 따라와요. 하지만 인정을 받을 때면 정말 희열이죠. 2018년 내놓은 <아이즈온미>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 노래를 들려줬더니, 한 작곡가가 곧바로 너무 좋다고 누구 거냐고 하시는 거예요. 접니다, 그랬더니 “빨리 이거 내”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미 냈어요’, 그랬죠. 조용필 선배님이 2013년 <바운스>라는 곡을 냈을 때, 어른 분들은 그 노래를 싫어했을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고 좋아했다는 거 잖아요? 뭐,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청소>로 저에게 붙은 이미지와 저의 음악적 추구를 나름대로 이렇게 화해시키면서 블렌딩(섞음)했어요. 더레이라는 주(主)캐릭터가 있고, 부(副)캐릭터가 있다고요. 그렇게 일종의 단정을 해버리니까 훨씬 더 편하더라고요. 그 시대는 저의 첫단추와 같은 게 가능했던 때였나 봅니다.
▷자기만의 고유한 음악 장르를 찾으신 거네요.
-맞습니다. 제가 좀 많이 늦둥이에요. 피아노 선생님을 하는 누나들과는 8살, 10살 차이가 납니다. 누나들은 빨래 하면서 경쾌하고 빠른 팝송을 많이 틀어놨고, 그걸 들으면서 자랐어요. 춤을 췄던 이유도 가수가 되려는 이유에서였고요. 회사에 들어가면서 내가 동경하는 가수들에게 선배, 형 하는 과정이 재미미있었는데, 그러면서 어려서부터 키워온 저의 음악적 감성은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것이라는 걸 좀 잊었던 거죠. 저는 슬픈 게 싫고, 기쁘고 희망적인 성향입니다. 발라드와는 맞지 않는 쪽이죠. 발라드랑 안맞는 사람인데 시키니까 발라드를 했던, 첫 단추를 약간 잘못 끼운 셈입니다. 새롭게 추구한 장르는 힙합 알앤비였고, 자금은 알앤비 쪽에 무게를 더 싣고 있어요. 알앤비 쪽으로 인공지능 기반으로 편곡을 하는 곡 2개 정도를 하고 있습니다.
결혼은 가장 성공한 삶…나의 음악으로 어린 딸도 알아보는 유명 대중가수 되고파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얽힌 사연이 있다던데.
-‘제가 얼굴 없는 가수’, 이런 컨셉으로 움직이던 때였어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방송에 첫 데뷔를 한 거죠. 방송3사에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두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제가 출연할 때쯤 폐지됐어요. 러브레터에 출연한 뒤 반응이 꽤 괜찮았어요(방송 직후 각종 포털 실검에도 올랐고, 추가적인 방송 노출이 없이도 음원 차트 12위꺼지 올랐다고 한다 - 편집자) 그런데 러브레터도 곧 폐지되고 말았어요. 방송 첫 출연이자 마지막 출연이 돼버린 거죠. ‘아, 안 도와주네’, 이런 생각을 좀 했어요.
▷‘더레이’라는 예명처럼 노래에서 ‘한줄기 빛’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 2023년 결혼해 성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삶은 결혼이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제가 세상과 이별할 때,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성이 부(副)캐릭터에서 주캐릭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더레이는 ‘<청소>라는 노래를 남겼다’는 내용이 부음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건 싫을 것 같아요(웃음).
▷치열하게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문제를 찾았고, 책으로 말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자기 음악을 추구하고 있으니 좋은 소식이 오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린 딸도 쉽게 알아보는 유명 ‘대중가수’로 기억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에 시간은 아직 제게 많다고 생각해요.
digoh2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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