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4월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고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동시에 경제 활동은 견조하지만 고용 증가세는 둔화되면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국(2.50%)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번 결정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마지막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차기 지도부로 정책 방향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무려 4명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34년만의 일이다. FOMC는 대체로 만장일치나 1명 정도의 소수 반대로 결론이 난다. 중앙은행이 시장 신뢰를 위해 합의된 메시지를 내는 것이 관행이다. 이번 회의에선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가 0.25%p 금리 인하를 주장했고, 다른 세 위원은 금리 동결엔 동의했으나 향후 완화 신호를 성명에 담는 데 반대했다. 금리 경로를 두고 연준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과도기에 정책 신호가 엇갈리는 것은 시장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으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케빈 워시 지명자가 인사 청문회에서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를 지켜낼지는 미지수다. 특히 금리 인하를 추진하려면 다른 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내부 이견이 정책 갈등으로 표면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기 종료 이후에도 이사로 남겠다고 했다. 정책 연속성과 독립성을 지키려는 의도이겠으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의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미 금리 차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마저 흔들리면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의 사정이 더 복잡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물가가 걱정이다. 고환율·고유가 영향으로 서민들이 느끼는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지만 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눌러둘 수는 없다. 여기에 저성장 흐름이 굳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기본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 경제적 토대가 든든해야 그 위에 성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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