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어릴 적 TV 만화 속에서만 보던 피카츄와 실제로 대화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증시에서는 이제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를 넘어 ‘원본 콘텐츠’를 가진 지식재산권(IP) 기업까지 새로운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상장한 ‘PLUS 글로벌저작권핵심기업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미국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미국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The Walt Disney Company),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그룹(Sony Group),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Reddit) 등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기업들을 담은 상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콘텐츠 ETF에 가깝다. 하지만 운용 논리는 조금 다르다. AI 시대에는 결국 원본 콘텐츠와 데이터를 가진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산업이 반도체·전력 중심 인프라 경쟁에서, AI가 학습할 콘텐츠와 데이터를 누가 보유했는지 경쟁하는 ‘원천자산 경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헤럴드경제는 우종필 한화자산운용 ETF 운용역을 만나 AI 시대 들어 콘텐츠 IP와 원천 데이터의 가치가 왜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 물었다.
우 운용역은 “예전에는 반도체나 서버처럼 AI 인프라 자체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가 학습할 콘텐츠와 데이터를 누가 갖고 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며 “결국 AI도 학습할 이야기와 캐릭터, 인간의 대화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는 AI 기업들과 저작권 갈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초기 생성형 AI 기업들은 기사·책·이미지·영상 데이터를 사실상 무단에 가깝게 학습시켰다. 인터넷 데이터를 웹에서 긁어와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AI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콘텐츠 업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AI 기업들이 인터넷 데이터를 사실상 공짜로 가져다 쓰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가들은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신들의 책을 AI 학습에 무단 활용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9월 앤트로픽이 저작권 침해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15억달러 규모 합의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작가 안드레아 바츠, 찰스 그레이버, 커크 월리스 존슨 등이 제기한 소송으로, 앤트로픽이 수백만권의 불법 복제 도서를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주장이 쟁점이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움직였다. 로이터는 지난해 6월 월트디즈니와 미국 영화사 유니버설픽처스(Universal Pictures)가 생성형 AI 이미지 기업 미드저니(Midjourney)를 상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스타워즈, 겨울왕국, 심슨 가족 등 자사 캐릭터가 AI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무단 활용됐다는 이유다.
반면 일부 콘텐츠 기업들은 AI 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IP에 대한 대가를 수익으로 돌려받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은 2024년 미국 빅테크 기업 구글(Google)과 데이터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연간 약 600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정도로 여겨졌던 댓글과 대화 데이터가 이제는 AI 학습용 자산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셈이다.
신문 기사도 데이터가 되고 있다. 미국 미디어 기업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은 2024년 미국 생성형 AI 기업 오픈AI(OpenAI)와 콘텐츠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금융매체 마켓워치(MarketWatch),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The Times) 등 산하 매체 기사와 과거 아카이브가 계약 대상에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계약 규모가 5년간 2억5000만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오픈AI는 같은 달 미국 시사매체 디애틀랜틱(The Atlantic), 미국 디지털 미디어 기업 복스미디어(Vox Media)와도 콘텐츠와 제품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기업들이 이제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우 운용역은 이런 흐름을 “AI 시대의 저작권 재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웹 데이터를 무단 크롤링해서 AI를 학습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AI 기업들도 고품질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결국 계약과 라이선싱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환경도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법(AI Act)을 통해 생성형 AI와 관련한 투명성 의무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AI법상 주요 투명성 규정은 올 8월부터 적용된다.
우 운용역은 이런 규제와 소송, 라이선싱 계약이 누적될수록 원천 IP를 보유한 기업들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우 운용역이 특히 주목한 건 단순 콘텐츠 기업이 아니라 ‘메가 IP’를 보유한 기업들이다. 한번 흥행한 콘텐츠를 반복 활용하며 장기간 현금흐름을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로는 일본 게임 기업 닌텐도(Nintendo)의 포켓몬이 거론됐다. 원래 만화 캐릭터였던 포켓몬은 게임, 카드, 굿즈, 영상 콘텐츠로 확장되며 수십년간 반복 매출을 만들고 있다. 우 운용역은 이를 ‘원소스 멀티유즈(OSMU)’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피카츄가 단순 캐릭터였다면 지금은 게임도 되고 카드도 되고 굿즈도 된다”며 “AI 시대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자가 AI 피카츄와 직접 대화하는 형태까지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좋아했던 포켓몬 캐릭터와 실제 대화하듯 상호작용하거나 캐릭터의 말투와 성격까지 구현하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기존 IP의 활용 범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원본 캐릭터와 세계관을 누가 갖고 있느냐”라고 설명했다.
IP 사업의 높은 수익성은 실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완구 기업 해즈브로(Hasbro)의 게임·디지털 사업 부문은 2025년 1분기 기준 약 49.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사업 부문에는 ‘매직더개더링(Magic: The Gathering)’과 ‘던전앤드래곤(Dungeons & Dragons)’ 등 자체 IP 기반 게임 사업이 포함된다.
우 운용역은 라이선싱과 로열티 기반 사업의 핵심으로 높은 영업레버리지를 꼽았다. 초기 개발 비용은 크지만 한번 성공한 뒤에는 추가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아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미국 게임 기업 테이크투인터랙티브(Take-Two Interactive)도 대표 사례로 거론됐다. 이 회사는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GTA 신작 출시가 예정될 때마다 실적 기대가 커지는 대표 IP다.
우 운용역은 “하나의 성공한 IP가 수년간 반복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게임, 영상, 굿즈, 라이선싱 등으로 계속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니그룹도 주요 사례로 언급됐다. 소니는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IP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 소니뮤직, 영화 콘텐츠를 모두 가진 구조다.
일본 캐릭터 기업들도 주요 편입 종목이다.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Sanrio)는 헬로키티를, 일본 콘텐츠 기업 반다이남코홀딩스(Bandai Namco Holdings)는 건담·드래곤볼 IP를, 일본 게임 기업 코나미그룹(Konami Group)은 유희왕 IP를 보유하고 있다.
IP 사업의 높은 수익성은 실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완구 기업 해즈브로(Hasbro)의 게임·디지털 사업 부문은 2025년 1분기 기준 약 49.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사업 부문에는 ‘매직더개더링(Magic: The Gathering)’과 ‘던전앤드래곤(Dungeons & Dragons)’ 등 자체 IP 기반 게임 사업이 포함된다.
우 운용역은 라이선싱과 로열티 기반 사업의 핵심으로 높은 영업레버리지를 꼽았다. 초기 개발 비용은 크지만 한번 성공한 뒤에는 추가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아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미국 게임 기업 테이크투인터랙티브(Take-Two Interactive)도 대표 사례로 거론됐다. 이 회사는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GTA 신작 출시가 예정될 때마다 실적 기대가 커지는 대표 IP다.
우 운용역은 “하나의 성공한 IP가 수년간 반복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게임, 영상, 굿즈, 라이선싱 등으로 계속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니그룹도 주요 사례로 언급됐다. 소니는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IP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 소니뮤직, 영화 콘텐츠를 모두 가진 구조다.
일본 캐릭터 기업들도 주요 편입 종목이다.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Sanrio)는 헬로키티를, 일본 콘텐츠 기업 반다이남코홀딩스(Bandai Namco Holdings)는 건담·드래곤볼 IP를, 일본 게임 기업 코나미그룹(Konami Group)은 유희왕 IP를 보유하고 있다.
구독 플랫폼도 같은 맥락에서 재해석된다. 넷플릭스가 단순 스트리밍 사업자가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축적하는 IP 보유 기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29.5%를 기록했고 가입자는 3억명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다. 디즈니 플러스(Disney+) 역시 스트리밍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 운용역은 특히 레딧 사례를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했다. 단순 커뮤니티 플랫폼이 아니라 인간 대화 데이터가 축적되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커뮤니티에는 노이즈도 많지만 실제 이용자 경험과 전문가 수준의 정보도 함께 쌓인다”며 “AI가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방식을 학습하려면 결국 사람들의 실제 대화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딧은 구글과 데이터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고, 오픈AI와도 별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광고·커뮤니티 사업 외에 AI 데이터 판매라는 새로운 수익원이 추가되고 있는 셈이다.
영상 제작 방식 변화도 언급됐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CG 제작 비용을 줄이거나 웹툰 기반 콘텐츠를 영상화하는 과정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제작 과정에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상태다.
우 운용역은 다만 AI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결국 더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 캐릭터, 인간의 대화 데이터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지금은 AI를 움직이는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학습하고 활용할 콘텐츠 자체의 가치도 함께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이 콘텐츠를 소비했다면 앞으로는 AI 역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업이 원본 콘텐츠와 세계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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