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농축우라늄 보유분을 미국이 아닌 이란 내부 또는 제3국에서 국제 감독 아래 처리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축 우라늄은 미국으로 넘겨져 폐기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이란 현지 또는 다른 적절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 등의 감독 아래 폐기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미국 반출을 강하게 요구해온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유가는 협상 기대감 속에 하루 만에 7% 안팎 급락했다.

이란 역시 이날 미국과의 종전 및 핵 협상 진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추진 중인 양해각서(MOU)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서명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우라늄 농축 제한 등을 두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화되는 중동 전쟁으로 미국 내 피로감과 여론 악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가와 물가 불안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이란 역시 미국의 제재와 해상 통제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한계에 이른 양측이 일정 수준의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석 달 가까이 이어온 전쟁이 마무리된다 해도 원유 수급과 해상 물류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손상된 원유·가스 시설 복구와 해상 운송 체계 정상화에도 수개월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물가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요국들은 물가 불안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다시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유와 LNG 수입의 70%를 중동 항로에 의존하는 한국 역시 휘발유·경유는 물론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산업계 전반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로 휘발유 가격 상승을 일부 억눌렀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지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아직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통행료 대신 ‘서비스 비용’ 명목의 부담을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쟁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항행과는 거리가 있다. 중동 정세 역시 언제든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해상 안보 역량 강화 등 국가 에너지 안보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