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담대한 꿈이 시작된 해로 삼겠다”며 ‘초격차 산업 강국’과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 등 4대 국정목표를 집권 2년 차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초격차 산업 강국이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갈 것”이라며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키워드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는 막대한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 최근 수년간 연평균 100조원대 적자를 기록해온 우리의 재정 형편이지만, 올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투자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대에 이를 경우 법인세 등 ‘초과 세수’가 최대 70조원가량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올해 초과세수를 국민 배당으로 활용하자고 언급했다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같은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민간이 할 수 없는 영역에 대대적 투자를 하고, 청년 세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잠재성장률 회복에 장기 투자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하면서 초과세수 논란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일시적 호황으로 생긴 초과 세수를 어떻게 쓰느냐는 장기적인 국가경쟁력과 미래 세대의 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 개발로 얻은 막대한 수입을 국부펀드(GPFG)에 차곡차곡 쌓아 지난 30년간 연평균 6.6% 수익률을 올리며 자산을 3000조원 규모로 불렸다. 유전·가스 개발 이익에 취해 국가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미래 세대와 에너지 수입의 과실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몽골은 2000년대 초 세계 최대 구리·금 광산(오유톨고이)을 발견하고도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횡재로 얻은 수익을 전 국민에게 현금 배당으로 퍼줬지만, 이후 광물가격이 하락하자 심각한 재정난으로 국가 부도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호황의 과실을 민생지원금 같은 현금으로 뿌리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단안을 내린 것은 바람직하다. 구윤철 부총리도 지난달 “초과 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고, 그걸로 또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부펀드든 투자기금이든 초과세수가 초격차 산업 강국의 마중물이 되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