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동아시아문화센터 관계자 등 잇따라 참고인 조사

김옥숙 여사, 동아시아문화센터·노태우센터에 총 152억원 기부

동아시아문화센터 등 출연금 흐름 추적해 ‘비자금’ 실체 규명 방침

‘독립몰수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통과로 수사 힘 실렸단 평가도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이상섭 기자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동아시아문화센터 관계자를 비롯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며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소정수)는 지난달 말 동아시아문화센터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비자금과 관련한 차명 의심 계좌 명의인인 전직 비서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이 동아시아문화센터와 노태우센터 출연금으로 쓰였는지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12년 재단법인 한중문화센터로 설립돼 노 대사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재단법인이다. 노태우센터 역시 현재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해창 에스앤엘 파트너스 고문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이다.

검찰은 출연금 출처를 찾으며 자금 흐름을 추적해 비자금 실체를 규명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2016~2021년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총 147억원을, 2022년 설립된 노태우센터에 5억원을 기부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와 노태우센터에 흘러간 돈은 총 152억원 상당이다.

노태우센터 이사장인 정 전 실장은 이른바 ‘김옥숙 메모’에 적힌 ‘정실장’으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검찰은 현재 김옥숙 여사 메모에 적힌 정 전 실장 등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흐름을 추적한 뒤 정 전 실장 등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등 피고발인 조사 필요성도 검토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수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단초가 됐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024년 5월 선고에서 ‘6공 비자금 300억원의 SK 유입’을 인정한 바 있다. 노 관장의 모친이자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가 가지고 있던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봤다.

당시 항소심 과정을 통해 노 관장 측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SK 성장에 도움을 줬다며 김 여사가 보관하던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메모와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5·18기념재단은 2024년 10월 노 관장 측이 비자금 내역에 관한 메모를 법원에 제출해 숨겨온 부정축재 은닉재산 실체를 스스로 인정했다며 조세법처벌법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여사와 노 대사, 노 관장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5·18기념재단은 “재판 과정에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왔음이 드러났다”라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고발인 김옥숙이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10억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 세탁한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2024년 11월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고발장 접수 2년여만인 지난달 21일 김 여사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동아시아문화센터, 노태우센터,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전직 비서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관련자 조사를 벌이며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회에서 지난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 수사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는 독립몰수제를 내년부터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독립몰수제는 범죄 자체에 대한 유죄 판결과 별도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돼도 범죄수익 몰수를 가능하게 한다.


bel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