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카타르 도하서 분쟁해결 회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지난 주말 공습을 주고받으며 다시 무력 충돌을 벌였던 미국과 이란이 상호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관련기사 6면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이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모든 물리적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당초 스위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지난 2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민간 상선이 공격받은 이후 미국이 이란 인프라를 공습했고, 이란이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에 나서면서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에 따라 회담 장소는 중동인 카타르 도하로 변경됐고, 논의의 초점도 핵 프로그램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과 긴장 완화 문제로 옮겨졌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양국이 지난주 스위스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미군과 혁명수비대 간 선박 통항을 조정하는 직통전화(핫라인)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실무협상단을 이끄는 닉 스튜어트가 이번 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군사행동 중단 합의에도 갈등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란은 미국과의 평화협상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협 통제권이 핵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됐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의 원유와 LNG 대부분이 이 해협을 거쳐 세계 시장으로 향한다.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선박 보험료가 동시에 상승하고 글로벌 공급망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유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연구원 알리 바에즈는 NYT에 “최선의 경우든 최악의 경우든 이란은 호르무즈라는 협상력을 잃을 수 없다”며 “최종 합의 전에 가장 중요한 협상카드를 포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보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에 부상한 것도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가장 중요한 협상 카드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핵 프로그램은 장기 협상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압박 수단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오만과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란 영해를 우회해 오만 영해만 이용하는 임시 항로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자국의 해협 통제권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였고, 이후 새 항로를 이용하던 상선이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란은 직접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항로 개설이 기존 합의를 훼손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된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모호한 문구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이달 초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분쟁 종식의 틀을 마련했지만, 레바논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관리 등 핵심 사안에 대한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작성되면서 서로 다른 해석을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레바논 문제에서는 서로 다른 내용의 합의가 병존하면서 혼선이 커졌다.

양해각서는 이란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새로운 분쟁 조정 체계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이후 미국과 레바논 정부가 별도로 체결한 휴전 합의는 헤즈볼라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완전한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조직의 무기가 모두 해체될 때까지 이스라엘군은 해당 지역에 머물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측 간 입장 차는 더욱 벌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석 차이도 충돌의 원인으로 꼽힌다.

양해각서는 이란이 60일 동안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best efforts)’을 기울인다고 규정했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항로 관리 권한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이란은 이를 해협 통제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한 반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국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면서 양측의 인식 차가 드러났다.

실제로 IMO와 오만은 이란 영해를 우회하는 남쪽 항로를 운영하려 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선박들이 북쪽 항로만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만 연안을 따라 항해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이 공격받으면서 IMO는 해당 계획을 중단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 체계 구축 논의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양해각서의 모호한 조항이 결국 양측의 상반된 해석을 낳으며 갈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을 이어갈 유인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재차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중동 내 군사 충돌 확대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란 역시 경제난과 국제 제재 완화를 위해 협상 자체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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