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 첫 번째 반도체 팹(Fab·제조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9년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미국·중국·대만 등 경쟁국들이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경쟁은 이제 기술력뿐 아니라 누가 먼저 생산 능력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됐다.
용인 첫 팹 가동 일정을 앞당기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메모리 슈퍼 사이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AI시대로의 구조적 변화로 메모리 공급난이 2030년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성공적 상장 직후 “현재는 공급이 생산시설 제약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반면 인공지능(AI) 토큰 사용 급증에 따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만들면 돈이 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시급히 공장을 가동할 필요성이 생겼다.
여기에 호남권 첨단 메모리 팹 투자 계획까지 더해져 용인 산단 조기 조성이 절실해졌다. 다만 2029년 가동 목표를 달성하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 팹은 부지 조성부터 공장 건설, 장비 반입, 시험 가동과 수율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늦어도 2027년 상반기에는 착공해야 한다. 연내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이미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설비 확충에 2500억달러(약 376조원)를 투입하고, 인텔 역시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을 투입해 첨단 공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도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선단 공정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만 TSMC 역시 미국 내 투자 규모를 1650억달러(약 248조원)로 확대했다. 주요국들은 막대한 지원금과 규제 완화, 투자 유인책으로 기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속도전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첫 삽을 뜨기까지 6년이 걸렸다. 그 사이 경쟁국들은 반도체를 찍어냈다. 이런 식으로는 뒤처지기 십상이다. 첨단산업 특성을 고려한 규제 개선과 행정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 주 52시간제 등 획일적인 근로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용인 팹의 조기 가동은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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