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재개하고, 해협을 오가는 선박에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안전 통행료’ 명목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미국이 이란 군사시설을 대규모 타격했고, 이에 이란이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공습하는 등 무력 충돌이 이어진 끝에 나온 조치다.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가까스로 진정되는 듯했던 미·이란 갈등이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고 각종 물자 유입을 막아 정권의 자금줄을 약화시키려는 압박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종전 MOU 이행이라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해상 봉쇄와 군사 공격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선 해상 봉쇄 당시 미군은 선박 140여척을 우회시키고, 지시에 불응한 9척에 대해 무력 대응에 나섰다. 이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20%의 통행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안전 보장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국제수로에서 특정 국가가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항행의 자유’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수수료를 받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종전 MOU 사안이기도 하다. 그랬던 미국이 이번에는 사실상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해협 안전을 위해 동맹국의 군사적 협조를 요구해온 트럼프로서는 호응을 얻지 못하자 ‘안전 보장 비용’이라는 경제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83.54달러까지 오르며 약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9.4% 상승하는 등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등했다.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비용은 더 커진다.

이미 고환율·고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고유가까지 장기화하면 국민 부담은 물론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원유 비축량과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공급망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주요 국가들과의 공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