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1명 첫재판 공소사실 전면 부인
성신여대는 10명 중 5명 기소유예
검찰 증거 재정비 거쳐 9월 16일 속행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이우중 수습기자]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교내 건물을 점거하고 래커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생 11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일부 학생은 래커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업무방해와 공동퇴거불응·공동감금·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동덕여대 전 총학생회장 최모 씨 등 11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최씨 등은 대학 측이 재학생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2024년 11월 교내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찰은 이들이 같은 달 11일부터 22일까지 100주년기념관 등을 점거해 교직원의 업무와 강의를 방해하고, 12월 3일까지 본관·총장실·교무처 등을 점거해 총장과 교직원 등 74명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정문 앞 도로와 본관 로비 벽면·기둥, 100주년기념관 외부 계단과 입간판 등에 ‘공학 반대’ 등의 문구를 래커로 적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학교 측의 퇴거 요구를 받고도 건물에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적용됐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은 총장 비서실 직원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출입문을 막아 약 8분 동안 나가지 못하게 한 공동감금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성신여자대학교 공학 전환 반대 래커칠 시위와 관련해 송치된 학생 10명 중 5명만 공동재물손괴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5명은 학교 측의 처벌불원 의사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학교 측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음에도 학생 11명 전원이 기소된 동덕여대 사건과는 다른 판단이다.
피고인들은 이날 업무방해와 공동퇴거불응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총학생회 간부였던 피고인 측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점거를 지휘하거나 통제하지 않았고 갈등을 수습하려 했을 뿐”이라며 “건물에 상주하거나 출입을 제한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일반 학생 신분으로 시위에 참여한 피고인들도 “인터넷 게시글 등을 보고 일시적으로 참여했을 뿐 다른 학생들과 공모하거나 장기간 건물을 점거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래커칠 혐의를 받는 일부 피고인은 실제 래커를 칠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건물이나 도로를 사용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로 기능이나 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고 원상회복도 가능하다”며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사 표현을 위한 행위였던 만큼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도 당시 총장 비서실 앞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화환이나 집기를 옮겨 출입문을 막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부금 모금·음악관 점거·사다리차 관련 자료 등을 제외하고 증거목록을 다시 정리해 제출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정리된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들은 뒤 증인신문 등 입증계획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16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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