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예산 제한 범위 확대…“트럼프 독단 감축” 견제 강화
한국과 조선 협력 필요성 첫 명시…지원함 건조 기대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연방 하원이 주한미군 감축을 어렵게 만드는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한국과의 조선 협력 필요성을 처음 명시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더라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NDAA는 미국의 국방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한편, 미국의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한국과의 협력을 콕 집어 적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국방 예산과 국방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인 2027회계연도 NDAA는 22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2표로 가결됐다. 법안 규모는 1조1500억달러(약 1700조원)다.
법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인 2만8500명 아래로 줄이기 위한 예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NDAA 예산뿐 아니라 2026·2027회계연도 다른 법률에 따라 편성된 예산까지 감축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범위를 넓혔다.
현행 NDAA는 NDAA에 따른 예산만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법안에서는 예산 제한 범위를 넓힘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온 주한미군 감축론에 대한 방어막을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주한미군 감축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거나 감축 가능성과 관련된 공개 언급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전쟁 비협조 등을 문제 삼아 돌연 주독미군 5000명 감축에 착수한 바 있다.
작년 11월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빠진 것을 놓고,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원 NDAA에는 미국의 조선 역량 및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과의 조선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처음 포함됐다.
미 해군력 강화를 위한 미국 내 조선역량 확대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을 지목해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 내용은 국방장관에게 당부하는 ‘의회의 인식’ 부분에 들어갔다. 의회의 인식은 법 조문과는 별개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 의회의 정책 방향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외국 조선소에서의 전투함 건조를 막는 조항도 하원 NDAA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재러드 골든(민주·메인) 하원의원은 이날 NDAA 하원 통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2027회계연도 NDAA로 승인된 어떤 자금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투함(battle force ship) 조달 계약에 사용할 수 없음을 명시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조항의 예산 사용 금지 대상이 ‘전투함’으로 명시되면서 지원함 등의 보조함 해외 건조에는 예산 사용을 막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골든 의원은 지역구의 조선업 종사자들을 겨냥해 자료를 낸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조선업계로서는 기회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으로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적 권한을 활용해 미 해군 함정의 한국 내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 의회의 협조도 바라고 있다.
한미 양국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23일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참석 하에 워싱턴DC에 한미조선협력센터가 문을 연다.
이날 투표 결과는 소속 정당에 따라 대체로 갈렸다. 공화당에서는 7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선 6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표를 냈다.
상원에서도 별도의 NDAA 처리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후 상·하원을 각각 통과한 법안을 조율해 단일안을 마련하게 된다. 조정된 최종안은 하원과 상원을 다시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
또한, 하원은 이날 공화당 주도로 이란전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관련 예산을 담은 950억 달러(약 140조5천억원) 규모의 별도 예산패키지도 찬성 216명 대 반대 214명으로 가결했다.
이 예산패키지는 국방부에 600억 달러, 기타 국가 안보 항목에 130억 달러, 농민 지원에 120억 달러, 유권자 ID법 시행을 위한 주 정부 보조금 10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7회계연도 국방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란전으로 소진된 국방 예산을 보충하기 위한 추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이번 예산패키지는 정규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필요한 국방예산을 메우기 위한 일종의 가교 성격을 띤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당 예산이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데 사용돼야 한다며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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