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SBS재단 ‘올해의 작가상 2026’

이해민선·이정우·전현선·홍진훤 전시

10월 후원 작가 중 최종 수상자 발표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 작가로 선정된 4인이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 작가. [김현경 기자]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 작가로 선정된 4인이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 작가. [김현경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세계를 바라보는 익숙한 방식에 각기 다른 형태로 질문을 던지는 네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이하 국현)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6’을 오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국현 서울에서 개최한다.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 작가로 선정된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 등은 각각 다른 매체와 방법론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이미지의 조건을 탐구한다.

전시를 기획한 박덕선 국현 학예연구사는 23일 국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 명의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질서를 완결된 형태로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세한 틈과 균열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해 자신만의 색채로 형상화한다”고 소개했다.

‘올해의 작가상 2026’ 이해민선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2026’ 이해민선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해민선은 사물과 환경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며, 소멸과 지속 사이에 놓인 존재들의 상태를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이자 작품명인 ‘무른 땅’(2026)은 강과 땅이 만나는 지점으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경계를 나타낸다. 인화지에 그린 ‘잔설’(2026)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눈과 얼음 사이의 상태에 주목하며, 부재와 흔적의 관계를 되묻는다. 눈이 남긴 얼룩과 먼지, 녹아내린 자국들을 화면에 축적함으로써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존재를 다시 호출하는 작품은 얼룩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인화지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벽 앞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텍스트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풍파에 유실된 포스터 조각들이 모여서 ‘나는 여기 있다’라는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낸다. ‘바깥’(2026), ‘직립식물_덩어리’(2026) 등도 임시적인 것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며 형성하는 풍경을 담고 있다. 이들 작품은 위기 속에서도 최소한의 몸으로 존재하는 사물의 상태와 소멸 이후에도 남아있는 시간을 드러낸다.

‘‘올해의 작가상 2026’ 이정우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2026’ 이정우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정우는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시스템이 특정 결과에 도달할 때 그 귀결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되묻는다. 그는 특정한 통계적 방향으로 결과를 견인하는 시스템 내부의 힘을 ‘시스템 그래비티’라 칭한다.

작가는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기술이 현실과 역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 방식에 주목한다. 오작동과 오류를 관찰하면서 이를 정상과 비정상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본다.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2025~2026)는 해방 직후 제작된 영화 ‘자유만세’(1946)의 사라진 장면을 생성형 AI를 통해 재구성하며 검열과 삭제, 왜곡의 역사를 추적한다. 작가는 과거의 검열이 오늘날 플랫폼 규정과 콘텐츠 필터링, 데이터 편향의 형태로 반복되고 있음을 드러내며 역사와 기술, 자유의 의미를 질문한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월드 모델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AI가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예측하도록 만든 기술로, 이미지를 보고 학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신작 영상 설치 ‘왼손의 사수’(2026)는 영상 생성 모델에 내재한 데이터 편향을 통해 기술이 세계를 이해하고 분류하는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며, AI 시대 이미지 생산의 조건을 성찰한다.

‘올해의 작가상 2026’ 전현선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2026’ 전현선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현선은 회화를 중심으로 이미지가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기하학적 질서와 우연적 서사를 결합해 평면의 회화를 복합적인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뿔과 그림’을 주제로 구성됐다. 뿔은 작가의 작업에 매번 존재하는 대상으로, 의미나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비어있는 공간이다. 무수한 경로로 열릴 가능성은 그림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신작 ‘토끼도 굴을 두 개 판다’(2026)는 가로 2m, 세로 2m의 정사각형 캔버스 30개를 이어 붙여 가로 20m, 세로 6m 규모에 달하는 대형 회화 설치 작업이다. 암벽 등반장을 연상시키는 화면은 관람객이 자신만의 시선과 경로를 따라 이미지를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층적 삶의 모습을 화면 안에 병치하며, 서로 다른 존재와 사건들이 공존하는 열린 서사를 구축한다. 거대 회화 앞에 함께 설치된 조각들은 회화 속 이미지가 물질성을 획득해 공간으로 걸어 나온 듯한 형태로 평면과 입체, 이미지와 사물 사이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안한다.

‘보이지 않는 그림’(2026)은 캔버스의 뒷면을 이어 붙인 원통형 회화 설치다. 캔버스의 내면을 관람객 스스로 상상하도록 만든다.

‘올해의 작가상 2026’ 홍진훤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2026’ 홍진훤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홍진훤은 사진, 영화, 웹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이미지가 무작위적 사건의 가능성에서 예측 가능한 대상으로 통제되는 과정을 탐구해 왔다. 집회나 광장의 사건이 이념적·저항적 이미지로 환원되는 현상과 이미지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관찰한다.

전시장에 나란히 놓인 ‘암순응’(2026)과 ‘명순응’(2026)은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다는 믿음과 빛이 있으면 볼 수 있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암순응이 어둠 속으로 밀려난 세계를 복원하려고 한다면, 명순응은 과잉화된 밝음 속에서 사라져 버린 본질들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서로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 두 작업은 결국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보이지 않게 되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신작 영상 ‘이미지의 최고 형태는 무장투쟁이다’(2026)는 과거 혁명 운동의 선언과 오늘날의 집회 문화를 교차시키며 사회 운동이 이미지로 소비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성찰한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공동으로 주최해 온 현대미술 작가 후원 프로그램이다. 8명의 국내외 심사위원이 각각 2명씩 총 16명의 작가를 후보로 추천한 뒤 8명을 추린 후, 최종으로 후원 작가 4인(팀)을 선정해 신작 제작과 전시 지원 및 해외 프로젝트를 지속 후원한다.

선정된 작가들은 각각 5000만원의 창작후원금을 받는다. ‘올해의 작가상 2026’ 최종 수상자는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심사위원들과 작품에 관한 공개 대화 및 2차 심사를 거쳐 오는 10월 말 발표되며, 상금 10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한국 미술은 세계 미술계에서 위상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관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있는 한국 미술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작가분들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의 중견 작가와 동시대 청년 작가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