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습은 미사일 재고·확전 부담
제재 강화는 효과까지 장기전 불가피
철수 땐 핵·호르무즈 목표 실패 비판
NYT “어느 선택지도 트럼프 구미 안맞아”
“트럼프 상당히 좌절, 평소보다 더 변덕”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전쟁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와 경제제재 강화, ‘승리 선언’ 후 철수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였지만 어느 카드도 뚜렷한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면서다.
공습을 확대하자니 미군의 요격미사일 재고와 확전 위험이 부담이고, 제재로 이란을 굴복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금 발을 뺄 경우 이란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란전에 갇힌 것 같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권력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한계를 발견했다”며 이란전을 끝내기 위한 각각의 선택지가 서로 다른 이유로 그의 “구미에 맞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예측 불가능성을 협상 무기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 기준에서도 최근에는 평소보다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랫동안 원했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핵 협정을 추진했다가 하루 만에 사우디의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미국의 안전보장을 받는 선박에서 수수료를 걷겠다는 구상을 내놨다가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첫 번째 선택지는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24일 추가 공습 승인을 보류했다.
NYT에 따르면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발전소와 미사일 시설 등 이란의 핵심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더라도 이란 지도부를 의미 있는 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당국 역시 군사적 압박만으로 이란의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군의 요격미사일 부족도 문제다. 미국과 이란이 최근 13일 연속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으면서 요격미사일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JD 밴스 부통령과 댄 케인 합참의장도 확전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으로서는 중동에서 핵심 무기를 빠르게 소진하는 모습이 대만을 노리는 중국이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경제제재를 강화해 이란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더욱 제한하고 금융·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제재가 효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한 뒤 ‘최대 압박’을 내세워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이란 정권은 건재하다.
그동안 미국은 중동에 대규모 군사력을 계속 배치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이 간헐적인 공격과 보복을 반복하면 미군의 추가 인명 피해와 걸프 지역 동맹국에 대한 공격 위험도 이어진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마지막 카드는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이란과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휴전 합의에 서명하면서 한 차례 이 선택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합의는 불과 몇 주 만에 사실상 무너졌고 양국은 다시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고 있다.
현재 미국이 철수하면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란이 준무기급 농축우라늄을 계속 보유한 채 핵 개발 능력을 유지한다면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란 핵무기 보유 저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도 마찬가지다. 이란이 해협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국이 물러나면 ‘전쟁을 벌이고도 핵 문제와 호르무즈 통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공습은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미국의 군사력을 소진시키고, 경제제재는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장기전을 감수해야 하며, 철수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딜레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도 이란과의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들이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진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을 거치며 군사력과 무기 재고, 여론, 국제유가 등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혔다면서 확전과 경제적 압박, 철수 가운데 어느 선택지도 쉽게 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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