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상승 최대 애로 응답 83%
3곳 중 1곳 비용 전액 흡수
응답 기업 86% “영업이익률 하락”
무협 “물류비 하방경직성 우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와 해상 운임이 뛰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오른 비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 3곳 중 1곳은 물류비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자체 부담하고 있었다.
27일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표한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219개사 가운데 83.1%는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물류 애로로 ‘운임 상승’을 꼽았다. 응답 기업은 중소기업 82.6%, 중견기업 12.8%, 대기업 4.6%로 구성됐다.
물류비와 원가 부담은 동시에 커졌다. 응답 기업의 56.6%는 ‘원자재·부품 조달비용 상승’을 주요 애로로 지목했다. ‘바이어와의 단가 인상 협상 어려움’도 33.8%로 뒤를 이었다.
실제 해상 운임은 빠르게 뛰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27일 1333포인트에서 이달 24일 3062포인트로 2.3배 상승했다. 지난해 최고치인 2240포인트와 비교해도 약 1.4배 높은 수준이다.
기업 현장의 체감 부담도 컸다.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99.5%는 전년 대비 물류비 상승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상승 폭은 ‘10~30%’가 54.8%로 가장 많았고, ‘10% 미만’ 22.4%, ‘30~50%’ 12.8% 순이었다. 조달 원가 상승을 체감한 기업도 98.6%에 달했다.
문제는 오른 비용을 가격에 제대로 얹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 기업의 78.1%는 물류비와 원가 인상분을 최종 제품 가격에 20% 미만만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기업도 32.9%였다. 사실상 수출기업 상당수가 비용 증가분을 자체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비용 증가분의 80% 이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다고 답한 기업은 5.5%에 그쳤다. 대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 가운데 인상분의 80% 이상을 전가했다고 답한 비중도 20% 수준에 머물렀다.
가격 전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경쟁 심화였다. 기업들은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로 ‘중국·동남아 등 경쟁국 업체로의 바이어 이탈 우려’(64.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자가 인상 부담’(44.7%), ‘바이어와의 가격협상 난항’(24.7%), ‘FOB 등 계약 구조상 물류비 반영 불가’(15.8%) 순이었다.
수익성 악화도 뚜렷했다. 응답 기업의 85.9%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감소 폭은 ‘1~3%포인트’가 44.3%로 가장 많았고, ‘3~5%포인트’도 39.3%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2.7%에 불과했다.
지난해 중소 제조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4.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5%포인트 하락은 상당한 부담이다. 물류비 상승이 단순 비용 증가를 넘어 수출기업의 마진 자체를 깎아내리고 있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과 식품·농수산물 분야의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화학은 대량 화물 운송 비중이 높아 유류할증료 부담이 크고, 식품·농수산물은 냉장·냉동 컨테이너 사용이 많아 유가 변동에 민감한 구조다.
기계·부품, 전자·전기, 소비재 업종은 환율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달러 기반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구조이거나, 제품 단가가 낮아 환차손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율 대응도 제한적이었다. 환율 변동에 대해 ‘특별한 대응 대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47.9%로 가장 많았다. 수출입 대금 결제 시기 조정은 29.2%, 외화예금 활용은 21.5%, 바이어와 계약 통화 변경 협의는 12.8%에 그쳤다. 환헤지 금융상품과 환변동보험 이용률도 각각 10.0%, 7.8%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한 정부 지원책은 물류비 지원이었다. 응답 기업의 64.8%는 ‘물류비 직접 지원 및 수출 바우처 지원 확대’를 꼽았다. 이어 ‘환변동 보험 등 금융 지원’(20.1%), ‘중소기업 전용선복 제공’(10.5%) 순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부담은 하반기에도 쉽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전쟁 직후 급등했던 유가가 최근 일부 안정됐지만, 상반기 유가 상승분이 유류할증료와 저유황유할증료 등으로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어서다. 7월 한중 항로 저유황유할증료와 한일 항로 유류할증료가 인상된 데 이어, 8월에는 국내 컨테이너 내륙 운송비 인상도 예정돼 있다.
해운 성수기 물량은 점차 완화될 수 있지만,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글로벌 선복 공급과 운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무협은 보고 있다. 선박 운항 스케줄이 한 번 흔들리면 항만 적체와 선복 부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한재완 물류서비스실장은 “최근 국제 유가는 전쟁 직후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누적된 유가 부담과 운임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못해 수익성이 저하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석유화학, 식품·농수산물 등 물류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실장은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하며 물류 적체 해소가 지체되고, 해운·항공·내륙 등 모든 수출 운송 부문에서 유가 인상분이 수출기업에 시간차를 두고 전가됨에 따라 물류비의 하방경직성이 우려된다”며 “무역협회는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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