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연 “지불능력 한계” 재심의 요구…민주노총 “플랫폼·특고 노동자 외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왼쪽)와 인상 반대를 외치는 소상공인단체.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헤럴드경제 DB]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왼쪽)와 인상 반대를 외치는 소상공인단체.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올해 1만320원보다 380원(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이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환산액은 223만6300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표결을 통해 이를 의결했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 양측의 불만은 여전히 적지 않다. 노사 양측이 모두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이의제기를 신청한 건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7일 각각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다며 재심의를 요구했고, 민주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부결한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소상공인 “4명 고용하면 연 1000만원 추가 부담”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소공연은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의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소공연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1명당 월급은 약 7만9000원, 연간으로는 약 95만원 늘어나고, 근로자 4명을 고용한 사업장은 4대 보험 사업주 부담분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연체율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신규 채용 축소는 물론 기존 인력 감축과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33.9%에 달하는 반면 정보통신업은 2% 수준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위원회 내 소상공인 대표성 강화와 일자리안정자금 부활 등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민주노총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사각지대 방치”

반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수준이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사결정 절차를 문제 삼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안건을 부결한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처음으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를 공식 심의했음에도 노동자성 논란과 시장 충격 등을 이유로 부결한 것은 최근 법원 판결과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외면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상당수가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도급제 노동자들이 이미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이 올해 상반기 배달라이더 1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선 실질 시급이 평균 7400원으로 집계됐고, 응답자의 92%는 지난해보다 소득이 감소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조사에서도 대리운전 노동자의 실질 순시급은 평균 7314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쳤다. 학습지교사들도 수업 외 회의 참석과 회원 모집, 홍보, 전산 입력 등 각종 업무를 무급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현실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안을 고시한 뒤 10일 이내 접수된 이의제기를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장관이 재심의를 요구한 사례는 사실상 없어 실제 재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편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노동부에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했다. 결정체계와 심의 기준, 업종별 구분 적용,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최저임금 적용 대상, 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제도개선 논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