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와 AI 협력 호재에도 장중 급락 후 상승폭 제한

“일부 헤지펀드, CXMT 매수 위해 삼전·SK하닉 매도”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5.13포인트(0.97%) 오른 6755.75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5.13포인트(0.97%) 오른 6755.75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 첫날인 27일 500% 넘게 급등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3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미국 빅테크와의 대규모 인공지능(AI) 협력이라는 호재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지자 시장에서는 일부 글로벌 자금이 한국 반도체주를 줄이고 중국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시장 관심을 모은 것은 이날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커촹반)에 상장한 CXMT였다. CXMT는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최대 D램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579억2000만위안(약 12조5000억원)을 조달했으며, 공모가(8.66위안) 대비 471.6% 높은 49.50위안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500% 넘게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3조3000억위안을 웃돌며 중국 A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외국인 수급은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903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9800억원, 8623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2조2384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를 1조1052억원, 삼성전자를 8417억원어치 팔아 각각 외국인 순매도 1·2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는 장중 큰 폭으로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86포인트(0.97%) 오른 6755.7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1.73% 상승 출발했지만 곧바로 하락 전환해 장중 6557.39까지 밀린 뒤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하며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도 장중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3% 안팎 강세로 출발했지만 오전 중 각각 1.40%, 2.96%까지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반등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1.80% 오른 25만4000원, SK하이닉스는 3.24% 상승한 181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말 사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주요 기업들이 9500억달러(약 1375조원) 규모의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AI 투자 확대 기대감은 커졌다. 그럼에도 시장은 호재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고, 중국 메모리 산업의 부상과 맞물린 수급 변화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증권가는 이날 외국인 매도의 계기 가운데 하나로 CXMT 상장을 지목했다. 상반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레버리지 물량 정리까지 맞물리면서 반도체주 중심의 수급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이란 공습 일시 중단으로 유가 불안이 진정되고 미국 빅테크와의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 발표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CXMT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중국 증시 개장 전후 수급 여파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스스로가 팔고 싶은 악재를 소환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CXMT 상장과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반도체 이익 증가율 둔화는 모두 기존에 알려진 재료지만 상반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레버리지발 수급 혼란이 겹치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해석은 해외 시장에서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증권 트레이더를 인용해 “일부 아시아 헤지펀드들이 CXMT를 사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