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율·공정가액비율·현실화율 조정 검토

초고가 주택 공시가 30억원 안팎 기준 유력

초고가 기준과 함께 내달 세제개편안에 촉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강남권과 용산구 일부 고가 아파트의 올해 보유세가 별도의 세율 인상 없이도 2021년을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다음 달 초 내놓을 세제개편안에 초고가 주택 증세 방안을 담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시에 오르면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가파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강남 일대 전경. [연합]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강남 일대 전경. [연합]

29일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아파트 9개 주택형을 대상으로 올해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다르면 세율 인상 없이도 5개 주택형의 보유세가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재산세는 올해 6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을 토대로 이미 부과됐고 종합부동산세는 오는 12월 고지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1주택자의 올해 예상 보유세는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1810만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1274만원)보다 40%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기존 최고였던 2021년(1653만원)도 넘어섰다.

2021년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78.3%였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95%가 적용돼 보유세 부담이 가장 컸던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현실화율이 69%로 낮아졌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종부세 60%, 재산세 43~45% 수준으로 축소됐음에도 보유세는 오히려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아파트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반포자이의 올해 공시가격은 34억9100만원으로 2021년보다 55.5% 상승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와 112.96㎡,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 한남더힐 전용 235.3㎡도 올해 보유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산출됐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결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보유세 역시 최고치를 기록한 단지가 적지 않다는 게 우 위원의 설명이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는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세 50억원 주택이라면 보유세가 5000만원 수준이 되는 것으로, 강남권 전용 84㎡ 아파트의 보유세가 현재보다 2~3배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30억원 안팎이 초고가 주택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5만869호로 전체 공동주택의 0.32%이며, 이 가운데 99.3%가 서울에 있다. 현재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69%)을 적용하면 시세 약 43억원 이상 아파트가 대상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재 거론되는 증세 방안으로는 종부세 과세표준에 초고가 주택 전용 과표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별도 구간을 만들지 않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국회 입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1주택자 기본공제도 변수다. 정부는 현행 12억원인 기본공제를 13억~15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초고가 주택에도 동일하게 적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세무업계에서는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 최고세율이 현행 1주택 최고 2.7%보다 높아져 다주택자 최고세율인 5.0%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한다.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축소 여부도 향후 세 부담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세부담 상한 조정도 관심사다. 현재 보유세 세부담 상한은 150%지만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에게 적용됐던 200~300% 수준으로 상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또 다른 변수다. 정부는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새로운 현실화 로드맵을 이르면 10~11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최종 목표를 시세의 90%로 설정하고 있어 현실화율이 높아질 경우 같은 시세에서도 공시가격이 상승해 초고가 주택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실화율이 80%까지 오르면 시세 37억5000만원 이상 주택도 공시가격 30억원을 넘어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주택 기준이 확정되면 과세 기준선을 피하려는 ‘문턱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진입을 고려하던 실수요가 성동·마포·광진 등 한강벨트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