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패널 심재 따라 화재 확산 양상 달라져

건축법 개정으로 불연 기준 강화…품질관리도 확대

28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대형 화재가 발생해 109시간 40여분만인 지난 22일 오후에 진화됐다. [연합]
28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대형 화재가 발생해 109시간 40여분만인 지난 22일 오후에 진화됐다. [연합]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인천 쿠팡 물류센터 등 대형 화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건축자재의 화재 안전성이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물류센터는 가연성 물질의 양을 뜻하는 ‘화재 하중’이 크다. 결국 불길의 확산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가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 서해구 석남동의 쿠팡 32물류센터에는 불연 성능을 갖춘 그라스울을 심재로 사용한 복합 패널(샌드위치 패널)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이번 화재는 내부에 적재된 대량의 가연물로 인해 장시간 이어졌지만, 외벽을 따라 불길이 상층부로 빠르게 번지는 양상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방청 관계자는 “해당 물류센터는 연소 저항력이 가장 뛰어난 그라스울 패널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설계됐다”라며 “외장재에 1급 불연재를 사용해 초기 외벽 연소 확대 방지에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재 확산과 관련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했느냐보다 패널 안에 어떤 단열재가 들어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구조로 시공성과 단열 성능이 뛰어나 공장과 물류센터, 창고 등에 널리 사용된다. 화재 발생 시에는 내부 심재의 종류와 성능에 따라 화재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샌드위치패널에 가연성 심재가 적용된 경우가 많았다. 우레탄(PUR), 폴리이소시아누레이트(PIR), 스티로폼(EPS) 등 유기계 단열재가 적용된 경우 화재가 내부 패널로 번지면 단열재 자체가 연소하면서 불길이 더욱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 단열재가 연소하면서 외벽과 인접 층으로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사례가 반복됐다. 철판이 외부에서 뿌리는 소방용수를 막아 내부까지 물이 스며들기 어려워 진화도 쉽지 않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건축자재 관련 기준을 지속해서 강화해 왔다. 복합자재와 단열재에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요구하는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건축물 지하 주차장 내부 마감재를 불연재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건축자재의 화재 성능이 대형 화재의 피해 확산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과거 물류창고 화재는 외벽을 따라 불길이 상층부로 빠르게 번지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화재는 장시간 이어졌음에도 외벽을 통한 수직 확산이 상당 부분 제어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무조건 무기질 심재를 써야한다고 주장하기 보다 강화된 준불연 성능 기준과 제조·품질관리 제도가 함께 작동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