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농사에 필요한 국내 인력 10명 중 3명 부족 전망…일손 부족이 바꾸는 농업의 미래
기계화·위탁영농·디지털 인력 매칭까지…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의 농업 해법은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농촌에 사람이 없다.”
농번기마다 익숙하게 듣던 말이 앞으로는 농업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농촌 고령화와 청년층 감소가 이어지면서 앞으로는 단순히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을 넘어 농사를 짓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농업 환경 변화에 따른 농업 인력수급 전망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2034년 국내 농업인력 충족률이 70.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79.9%였던 충족률이 10년 만에 약 10%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
연간 노동단위(AWU) 기준 부족 인력은 2023년 24만4300명에서 2034년 28만15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필요한 인력 자체는 줄고 있지만 실제 농촌에서 일할 사람은 그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농사는 어떻게 달라질까.
왜 일손은 더 부족해질까
농업도 기계화가 확대되면서 필요한 노동력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농촌에서 일할 사람은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농업인력 수요는 127만8700명에서 68만900명으로 4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농업인력 공급은 55% 줄었다. 필요한 사람보다 일할 사람이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다. 농촌에서는 60대 이상 농업인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용근로자와 일용근로자,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로 작업시간까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같은 인원이 농사를 짓더라도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량은 과거보다 감소하는 구조다.
사람이 줄면 농사는 어떻게 달라질까
연구진은 앞으로 농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도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기계화 확대다. 지금까지는 벼농사를 중심으로 농기계 보급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과수와 시설채소처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품목에도 자율주행 농기계와 스마트팜, 농업용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영농도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위탁영농은 농가가 모든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 전문업체가 파종과 방제, 수확 등 작업을 맡는 방식이다. 농가는 농기계 구입 부담을 줄이고 숙련된 작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인력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외국인력만 늘리면 해결될까
이미 많은 농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수확과 선별 등 핵심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외국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작목과 지역마다 필요한 시기와 인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사과와 배는 수확철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하고 시설채소는 연중 꾸준한 노동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어느 지역에, 어떤 품목에, 언제 인력이 필요한지를 미리 예측해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와 교통,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연구진은 외국인력은 국내 인력을 대신하는 주력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보완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보고서는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보다 먼저 국내 농업인력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 것인지 정책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품목별·지역별·계절별 인력 수요를 예측하고 농가와 근로자를 연결하는 전국 단위 디지털 농업인력 플랫폼 구축도 과제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수확철에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 다른 지역의 유휴 인력을 미리 연결하고 이동과 숙소까지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농업도 사람을 많이 확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화와 위탁영농, 디지털 인력 관리가 결합한 체계로 전환해야 인력난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유정]은 ‘나에게 유용한 정책 정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이 제안된 배경과 변화의 의미를 짚고, 누가·언제·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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