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실질임금 1.4%↓…두 달 연속 뒷걸음
6월 소비자물가 3.2% 올라 감소세 지속 가능성
임시·일용직 증가·특별급여 감소에 임금 상승 둔화
오는 4일 7월 물가 발표…근로자 구매력 회복 분수령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아이들 방학이라 수박이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가격을 보고 그냥 돌아왔어요.” 세종시에 살고 있는 주부 오모(46) 씨는 지난 25일 여름방학을 맞은 두 아들을 위해 수박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만7000원가량이던 수박 한 통 가격이 2만5000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오 씨는 “무심코 장을 보면 10만원을 넘기는 건 우습다”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닭고기도 비싸다. 오이도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이야기가 진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월급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실질임금이 2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로 더 높아지면서 6월 실질임금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6월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인 3.2% 이상 오르지 못하면 실질임금은 3개월 연속 감소하게 된다.
최근 명목임금 상승세가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한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 감소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못 따라간 월급…실질임금 6월에도 감소할까?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6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은 398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늘었지만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실질임금은 지난 4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실질임금은 두 달 연속 뒷걸음질했다.
명절 시기에 따라 상여금 등 특별급여 지급 월이 달라지는 효과를 제외하면 실질임금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23년 7~8월 이후 처음이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실질임금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른 물가다.
지난 5월 명목임금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은 363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560만2000원으로 1.0% 늘었다. 이에 비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임금 인상분보다 물가 상승분이 더 컸던 셈이다.
문제는 6월 들어 물가 상승세가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5월 상승률 3.1%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공식 물가지표보다 가계가 느끼는 체감 부담은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6월 실질임금이 감소하지 않으려면 같은 달 명목임금이 최소 3.2% 이상 올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임금 흐름을 고려하면 실질임금 감소세가 6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명목임금 상승률 1.7%는 같은 달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6월 임금상승률이 전달보다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실질임금은 4월과 5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할 수 있다.
임시·일용직 늘고 특별급여 줄어…소비 회복도 부담
명목임금 상승세가 둔화한 데에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 특별급여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상용근로자의 정액급여와 초과급여는 전년 동월보다 증가했지만 특별급여는 감소했다. 기업의 성과급 지급 시기와 규모가 달라지면서 전체 임금상승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임시·일용근로자가 크게 늘어난 점도 전체 근로자의 평균임금 상승률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용근로자는 1728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6000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20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명 늘었다. 증가율은 7.9%로 상용근로자를 크게 웃돌았다.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시·일용근로자의 비중이 확대되면 개별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도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 상승률은 낮아질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시·일용근로자가 늘어나면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평균 임금상승률을 낮추는 구성효과가 발생한다”며 “다만 임시·일용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시간 자체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임금 격차도 여전했다. 금융·보험업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696만7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이 604만5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숙박·음식점업의 임금은 238만6000원으로 전체 산업 가운데 가장 낮았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임시·일용근로자의 근로시간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실질임금 감소가 장기화하면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민간소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계가 받는 임금보다 식료품과 공공요금, 외식비 등 생활비가 더 빠르게 오르면 가처분소득과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에서 필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관심은 오는 8월 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쏠린다. 7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임금이 일정 부분 오르더라도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명목임금 증가율마저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가계의 체감경기 악화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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