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면 재검토” 지시에 ISA·주가 누르기 방지법 보완 검토
육아·돌봄·리모델링도 실거주 예외로…공동명의 1주택 공제도 논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보완 검토에 들어갔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안을 두고도 실거주 예외 요건을 넓혀달라는 등의 의견이 잇따르면서 입법의견이 4000건을 넘어섰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4일 시작된 세제개편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의견과 이재명 대통령 및 정치권의 지적을 반영해 일부 개편안의 수정·보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이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여당에서 얘기한 부분까지 포함해 보완 필요성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재검토 대상에 오른 것은 ISA다.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새로 만들면서 기존 ISA의 제도도 함께 손질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 ISA는 국내 자산 투자를 전제로 기존 ISA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기존 ISA의 납입한도 이월을 폐지하고 계약기간을 최초 3년, 최대 5년으로 줄이면서 투자자의 선택권을 좁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새 상품을 만들면서 기존 상품의 활용도를 낮추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 7일 상황점검회의에서 ISA 개편안을 두고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는 취지로 지적하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기존 ISA의 한도 이월과 계약기간 등을 포함해 제도 전반을 다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제도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에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안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상장주식 평가기간을 늘리고, 주가 누르기로 판단되면 최소 30% 할증한 가격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 등을 주가 누르기 추정 요건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었고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한 경우에도 주가 누르기로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판단은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가 맡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업이 일부 기간에만 PBR을 관리해 기준을 피하는 등 제도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을 낸 의원들과 대화하고 필요하면 토론회를 열어 이견을 좁혀가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세제에서는 실거주 예외 요건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을 통해 실제 거주하는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낮추고, 집을 보유하면서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혜택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거주용 1주택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지만 비거주 1주택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부득이한 사유로 집을 비운 경우다. 정부안은 취학이나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긴 경우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인정 기간은 최장 3년이다.
여기에 육아·양육이나 가족 돌봄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재개발·재건축으로 공사기간에 이주한 경우 일부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리모델링으로 장기간 이주한 경우도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정부는 예외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택을 보유하는 갭투자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비거주 예외 요건은 시행령에서 구체화되는 만큼 입법예고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 방식도 논란이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각자 지분에 따라 종부세를 내는 방식과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적용받는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주택 가격과 거주 여부에 따라 어느 방식이 유리한지가 달라져 제도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소득세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의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1주택자는 기존의 보유기간 공제와 거주기간 공제를 합산하는 방식에서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로 전환되며, 공제 한도도 신설된다.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이다.
이 같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4일 입법예고한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9일 오후 5시 기준 4000건이 넘는 입법의견이 접수됐다. 세 부담 증가에 반대하는 의견과 함께 실거주 예외 확대, 공동명의 공제 보완, 리모델링 이주기간 인정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입법예고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이달 27일 차관회의와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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