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I, 2023~2027년 주민 주도·데이터 기반 농촌재생 모델 개발
선도지역 성공경험 데이터화해 현장 검증…2027년 정책 확산·제도화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촌 소멸 문제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로 보고 주민 주도의 한국형 농촌재생 모델을 만드는 5개년 프로젝트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설과 예산을 투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공한 농촌의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재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현장 중심의 농촌재생 모델 개발 실증연구(3/5차년도)’ 보고서를 통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형 농촌재생 모델을 개발하는 중장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올해는 5년 연구의 3년 차로, 앞서 만든 이론적 모델을 실제 농촌에 적용해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다.
보고서는 농촌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농촌은 식량 생산을 넘어 식량안보와 생태계 보전, 국토 균형발전을 떠받치는 기반인 만큼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 역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농촌재생 정책이 시설과 보조금 투입에 치우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지역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주민 역량과 조직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서 정부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한계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주민 참여 역시 의견 수렴 등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지역 주민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진은 전국 농촌재생 선도지역의 성공 경험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고, 여러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성공 원리를 추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성공 과정에서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를 찾아 다른 농촌이 자기 여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심재헌 KREI 연구위원은 “농촌재생의 성패는 앞선 성공 경험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학습해 다른 지역 여건에 맞게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번 연구는 흩어져 있던 현장 경험을 데이터로 구조화하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실제 마을에서 검증해 다른 지역이 따라 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선도지역의 성과가 대부분 10년 넘게 사람과 조직을 키워 온 결과인 만큼 시설과 예산에 앞서 주민의 역량과 협력의 토대를 먼저 다지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주민조직과 지역 내 신뢰·협력 같은 사회적 기반을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도사례를 분석한 결과 조직과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자본이 만들어지고, 이후 주민 역량과 문화자본이 강화된 뒤 공간·경관 등 지역 자산과 재정적 성과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물리적 시설 투자에 앞서 주민조직과 역량을 키우는 ‘소프트웨어’ 기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3년 차 연구에서는 이 같은 모델을 충남 청양군 남양면과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실제 적용했다. 청양 남양면에서는 통합돌봄 사업을 추진할 주민 조직이 마련됐고, 순천 주암면에서는 지역 재생사업을 실행할 조직이 구축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주민 주도형 농촌재생 모델이 공동체 역량을 높이고 자생적인 발전 기반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4년 차에는 현장 실증 결과를 반영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마지막 5년 차에는 전국 확산과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농촌재생 모델을 농촌공간계획과 농촌협약 등 기존 정책과 연계하고, 장기적으로는 주민의 상향식 계획과 정부 지원사업을 연결하는 범부처 농촌재생 지원체계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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