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기업 상대로 ‘장사’한다 비판 직면
우선변제에도 원금 회수 보장 안돼
정책금융 한계…민간 전문자금 키워야
[헤럴드경제=안효정·박지영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투입하는 긴급운영자금(DIP)금융의 우선변제권까지 문제 삼는 건 우려됩니다. 홈플러스가 아닌 다른 회생기업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DIP금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가 제공한 자금을 우선 변제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DIP금융 시장이 정치권의 규제와 부정적 여론으로 위축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는 회생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DIP금융이란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에 은행, 금융기관, 사모펀드(PEF) 등이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 신규 운영자금은 임직원 급여, 원재료 매입, 상품 대금 정산 등에 쓰인다. 해당 자금은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회생채권, 회생담보권보다 우선 변제된다.
우선변제는 특혜 아닌 ‘위험 대가’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투자업계는 DIP금융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DIP금융은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회생기업에 공급하는 신규 자금이다. 회생기업이 영업을 이어가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자금줄인 만큼 대주단이 부담하는 회수 위험도 일반 기업대출보다 크다.
채무자회생법이 DIP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공익채권으로 보고 기존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보다 우선해 변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규 자금까지 기존 채권과 동일한 순위로 묶일 경우 부실 위험이 큰 회생기업에 새로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을 찾기 어려워진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DIP금융의 우선변제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채권자 특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변제 지위를 갖는다고 원금 회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 기업 회생·도산 전문 변호사는 “우선변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원금 회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자산이 완전히 고갈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DIP금융의 우선변제 지위는 회생절차 안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기존 담보권에 대한 절대적 우위를 보장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회생절차가 종결된 이후, 기존 담보권이 남아 있거나 혹은 파산으로 전환돼 담보권자가 담보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DIP금융 회수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법원의 허가 아래 DIP금융에 기존 담보권보다 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반면, 국내 DIP금융은 기존 담보권과의 관계에서 우선순위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긴급자금 넘어 회생 ‘마중물’
DIP금융은 단순히 기업의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회생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할 시간을 확보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새 주인을 찾거나 신규 매출처를 확보하는 등 회생계획을 실행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자금이 끊기면 핵심 인력과 거래처가 이탈하면서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훼손될 수 있다.
민간 DIP금융을 발판으로 M&A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대한해운은 회생절차를 밟던 당시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특수상황 투자 전문회사 SC로위(SC Lowy) 등 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약 900억원의 DIP금융을 조달했다. 이후 SM그룹(삼라마이더스)에 인수되며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스킨푸드도 유진자산운용과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 에버베스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0억원의 DIP금융을 조달한 뒤 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에 매각되며 회생에 성공했다.
DIP금융은 기존 채권관계를 정리해 회생절차를 앞당기는 재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코다코는 지난 5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으로부터 500억원의 DIP금융을 조달했다. 자금 대부분을 기존 회생담보권 상환에 투입하면서 담보채권을 정리했고 회생절차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간 DIP금융 유치는 회생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을 외부에서 검증하는 기능도 한다는 평가다. 자금 공급자는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자산가치, 채무구조, 회생계획 등을 검토한 뒤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 DIP금융 유치 자체가 다른 채권자나 잠재적 인수자에게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PEF업계 관계자는 “모든 회생기업이 DIP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 경쟁력과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회생 이후 정상화 가능성까지 따져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정책금융만으론 한계…민간 전문자금 필요
현재 국내 DIP금융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책금융기관과 기업구조혁신펀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기존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공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존 채권자가 추가 대출을 집행하는데 보수적인 분위기다.
캠코는 2019년 기업지원금융을 설립해 회생·워크아웃 등을 진행 중인 기업에 직접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기업당 지원 한도가 운전·시설자금 기준 20억원 수준에 그쳐 중소기업 회생 사건에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결국 DIP금융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PEF·크레딧펀드 등 회생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운용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들은 신규자금 공급뿐 아니라 채권 관계 정리와 M&A 등 기업 정상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DIP금융은 손실 위험이 큰 만큼 정부가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민간 운용사가 기업 선별과 투자 집행을 담당하는 구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금융기관의 직접 대출은 지원 규모와 전문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캠코의 기업구조혁신펀드와 같은 출자사업을 통해 민간 자금을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IP금융은 고도의 법률적 전문성과 자산 운용 능력이 동시에 결합돼야 하는 정밀한 영역”이라며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전문화된 일부 크레딧 펀드나 PEF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감수하는 DIP…“금리도 현실화해야”
민간 DIP금융을 활성화하려면 회수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실행되는 DIP금융 금리는 통상 연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대출 금리와 담보, 만기 등 세부 조건은 회사 관리인과 대출기관이 협의하지만 최종적으로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은 다양한 쟁점을 종합 고려해 금리 수준을 판단한다. 다만 법원은 높은 금리가 기존 채권자에게 돌아갈 변제 재원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해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금리를 쉽게 승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회생기업의 파산 가능성과 대출 회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연 10% 안팎의 금리를 ‘폭리’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3년 만기 BBB 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8.8%, BBB- 등급은 연 10.17%였다. 회생기업에 공급하는 신규자금의 높은 회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신용도가 낮은 일반 회사채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의 금리로는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DIP금융이란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에 은행, 금융기관, 사모펀드(PEF) 등이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 신규 운영자금은 임직원 급여, 원재료 매입, 상품 대금 정산 등에 쓰인다. 해당 자금은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회생채권, 회생담보권보다 우선 변제된다.
park.jiyeong@heraldcorp.com
an@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