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그로쓰·크레딧 고른 집행…인프라로 영토 확장

스케일업 GP 따내며 1兆 펀드 채비…새 성장축 만든다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투자를 위한 실탄을 채웁니다.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을 뛰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전략과 성과는 제각각입니다. [하우스리뷰]는 주요 운용사들이 올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잔잔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투자은행(IB) 업계 전반에서 굵직한 딜이 자취를 감췄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분주했다.

바이아웃(PE)과 그로쓰캐피탈, 크레딧 등 총 세 부문을 주축으로 움직이는 ‘멀티 자산운용 체계’가 빛을 발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PE 부문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그로쓰캐피탈과 크레딧 부문이 부지런히 딜을 끌어올렸고, 계열사에선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까지 완성해내며 고른 성과를 냈다. 여기에 1조원 규모의 대형 신규 펀드레이징까지 추진 중이라,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다음 행보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알짜 딜’ 발굴한 그로쓰캐피탈…1兆 신규 펀드 결성 순항

올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그로쓰캐피탈 부문은 약진했다. 2023년 결성한 23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스틱케이그로쓰사모투자(스틱케이그로쓰펀드)’를 핵심 재원으로 삼아, 유망한 기업들을 하나둘씩 투자자산으로 담았다.

연초 환경원자재 거래 플랫폼 기업 ‘씨너지(CnerG)’에 1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시니어 케어 기업 ‘케어링’의 400억원 규모 시리즈C 라운드에 참여하며 알짜 딜을 잇달아 발굴해냈다. 빠른 집행 속도 덕분에 스틱케이그로쓰펀드의 소진율은 단숨에 60%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영유아 모바일 알림장 플랫폼 ‘키즈노트’ 지분 전량(47.59%)을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또 한 번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알에프메디칼(RF MEDICAL)이 대한외과초음파학회(KSUS) 주관 실습 워크숍을 지원하며 자사의 갑상선 라디오주파 열치료술(RFA) 플랫폼을 선보이는 모습. [알에프메디칼 홈페이지]
올해 알에프메디칼(RF MEDICAL)이 대한외과초음파학회(KSUS) 주관 실습 워크숍을 지원하며 자사의 갑상선 라디오주파 열치료술(RFA) 플랫폼을 선보이는 모습. [알에프메디칼 홈페이지]

기존 포트폴리오 엑시트(투자금 회수) 작업도 늦추지 않았다. 2019년 5월 인수했던 고주파 치료기기 전문업체 ‘알에프메디컬(RF MEDICAL)’은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두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올해 그로쓰캐피탈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 2차 스케일업 위탁운용사(GP)’ 선정이다. 대형 성장기업 투자를 겨냥한 스케일업 리그는 별도의 하드캡(최대 펀드 결성 한도) 제한이 없고 정책출자금만 2000억원 규모에 달해, 대형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그로쓰캐피탈 부문은 이를 기반으로 민간 자금을 끌어모아 연내 1조원 규모의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기관투자자(LP)들을 대상으로 투자확약서(LOC)를 받는 단계다.

‘크레딧 1호 펀드’ 집행 속도…인프라 빅딜 마침표

크레딧 부문 역시 트랙레코드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결성된 약 4300억원 규모의 ‘스틱 크레딧 1호 블라인드 펀드’가 올해도 실탄이 됐다. 지난 6월 유전자 분석 기업 ‘랩지노믹스’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고, 바로 그 다음달인 7월 전동규 서진시스템 대표의 개인 지분 250만주(약 1293억원, 지분율 3.93%)를 사들이는 블록딜을 성사시켰다.

작년에도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코오롱티슈진,’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솔루션’ 등에 연달아 투자하며 신속한 집행 능력을 보여왔는데, 올해 두 건의 투자까지 추가되면서 펀드 소진율은 50%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 속도라면 크레딧 부문은 연내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자금)를 소진하고 내년엔 ‘크레딧 2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 준비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랩지노믹스 홈페이지]
[랩지노믹스 홈페이지]

크레딧 부문 못지않게 대체투자 전문 자회사인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지난 6월 SK멀티유틸리티(SK엠유)·울산GPS 지분 49%를 1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딜을 차질 없이 완수했다.

이번 거래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입증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인프라투자본부를 새로 꾸리고 KB자산운용 출신 임원을 영입하며 조직 정비까지 마쳤다. 다음 목표는 인프라 전용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다. 이번 딜을 발판 삼아 대체투자 영역으로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크린토피아 다음은 어디?…PE 부문, 추가 딜 탐색

[크린토피아 제공]
[크린토피아 제공]

운용사의 중추라 할 수 있는 PE 부문은 지난 2월 세탁 프랜차이즈 업체 ‘크린토피아’ 지분 100%를 6300억원에 인수하며 올해 첫 대형 바이아웃을 성사시켰고, 지금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거래에 쓰인 재원은 2023년 2조원 규모로 조성된 대형 블라인드 펀드 ‘스틱오퍼튜니티 제3호’다. 크린토피아 인수 딜을 거치며 소진율은 60% 후반대로 올라섰다. PE 부문은 드라이파우더를 바탕으로 연내 대형 딜 1개, 혹은 중형 딜 1~2개를 추가로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투자 타깃을 특정 섹터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췄는지, 장기적으로 회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적정 몸값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다음 매물을 고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아있는 실탄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을 표하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