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생산’이 끝이 아니다. 아무리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했다 하더라도 수확 이후 관리에 따라 농산물의 가치와 상품성이 좌우된다. 특히 기후변화 등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수확 이후 관리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저장 농산물인 마늘과 양파는 우리 식생활에서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조미채소다. 이들은 수확 직후 바로 출하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저장을 거쳐 시장에 공급된다. 그래서 저장성과 품질을 높이려면 예건 등 수확 직후 관리가 필수다.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야외 또는 비가림 시설에서 마늘과 양파를 예건해 왔다. 이는 오랜 경험으로 얻은 방식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수확기에 비가 자주 내리고 고온·다습한 기상 조건이 반복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마늘과 양파의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 제때 건조가 이뤄지지 못하면 저장 중 부패할 우려가 크고, 이는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수확 후 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응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사실 우리 농업은 이미 비슷한 변화를 경험한 바 있다. 과거에는 벼를 수확한 뒤 들녘이나 마을 공터에서 자연 건조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기계 건조한다. 고추와 콩, 밀, 보리 등 많은 작물도 자연 건조에서 시설 건조 체계로 전환됐다.

이는 작업을 편하게 하는 것은 물론,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마늘과 양파 수확 후 관리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수분을 제거하는 건조 개념을 넘어 예건과 아물이처리(큐어링)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아물이처리는 수확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고 외피를 안정화하여 저장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장기저장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농업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품질이다. 따라서 자연 건조 수준의 품질과 저장성을 유지하면서도 노동력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다양한 수확 후 관리 조건과 저장 환경 검증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저온·제습 기반의 예건·아물이처리 기술과 벌크 단위의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수확 후 관리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외부 기상 환경의 영향을 줄이고 기계수확과 연계한 대량 처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후변화, 인력 부족 등에 대응할 기반이 된다.

이와 함께 예건·아물이처리와 저장 기술은 농산물 수급 안정과 소비자 물가 안정을 지원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수확기 생산량 급증으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농산물을 저장해두면 출하 시기가 분산돼 농가 경영 안정을 도울 수 있다. 반대로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해에는 저장 물량을 풀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

앞으로 농업은 생산 중심에서 생산-저장-유통을 아우르는 전주기 관리 체계로 변해야 한다. 마늘과 양파 예건·아물이처리 기술의 고도화는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농가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 혁신은 제대로 된 ‘수확 후 처리’ 위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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