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시제품 제작사 단독 선정

성능 시험 통과 땐 10조 규모 본계약

K-방산, 美에 완성형 무기 수출 쾌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차륜형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차륜형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 10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미국 자주포 현대화 사업의 시제품 제작사로 단독 선정됐다. 글로벌 최대 방산 국가인 미국에 완성형 무기를 처음으로 수출하게 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지화 전략, 김승연 한화 회장의 미국 네트워크, 김동관 한화 수석부회장의 치밀한 사전 준비 등이 수주 성과에 이바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미국이 포병전략을 지원한 후 76년 만에 대한민국이 미국 포병전력 및 방산 기반 재건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10면

미 육군은 6문을 포함해 최대 18문의 시제품을 인도받은 후 약 4년의 성능 시험을 거칠 예정이다. 시제품 제작 사업 비용은 2억6290만달러(약 3700억원)이다. 성능 시험 통과 시 미 육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최대 10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미 육군이 추진 중인 자주포 현대화 사업은 견인포 M777, 1960년대에 실전에 배치된 M109A7 궤도형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번 사업에는 한화뿐만 아니라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이탈리아 레오나르도DRS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참여했다.

한화는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K9MH를 내세웠다. K9MH는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차륜형 플랫폼과 완전 자동화 포탑을 결합했다.

한화의 현지화 전략이 이번 수주전에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위치한 유휴 공장을 3년간 임대, 약 200만달러(약 28억원)를 투입해 K9MH 통합·시험 시설 구축에 착수한 바 있다.

유럽, 중동 등에서 입증된 성능도 수주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주포 K9는 폴란드, 노르웨이, 튀르키예, 베트남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사격 후 신속한 진지 변환이 가능하며 기동성 및 생존성이 뛰어나다.

이번 수주는 글로벌 최대 방산 국가인 미국에 국내 기업이 제작한 완성형 무기가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만큼 추후 다른 나토 국가에도 전략자산 수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한화의 또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오션은 지난달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에 밀린 바 있다. 당시 수주전에서는 독일이 캐나다와 같은 나토 국가인 점이 한화오션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미 자주포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한화는 나토 국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 체결은 김승연 회장이 오랜 기간 쌓아온 미국 네트워크와 사업보국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김승연 회장은 방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업으로 여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술을 확보하라”고 주문해왔다. 그러면서 “방산은 국가 기간 사업이며,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이를 이어받아 방산 사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치밀한 사업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당초 미 육군은 2020년대 초부터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ERCA)을 추진해 왔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