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동결-대북제재 완화’ 맞바꿀 우려

“북한 담화 통해 이미 대화의제 설정”

“페이스메이커 공식 한국이 주도해야”

“대미·쿠팡·호르무즈 문제부터 풀어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연합]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연합]

[헤럴드경제=윤호·문혜현·김해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구애’로 북미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북한은 이틀 연속 한국에 적대적인 담화를 발표하며 ‘코리아 패싱’을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담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있는 만큼 향후 북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핵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한미 훈련 축소를 맞바꾸는 협상이 이뤄질 경우, 한국 입장에선 북핵 위협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연합방위태세는 약화하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한국은 ‘패싱’ 가능성이 짙어진 상황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김 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선 한국에 “사상 처음 있는 ‘변고’일 것”이라며 “미통수권자의 일방적인 지령에 따라 항변 한마디 할수 없는것이 지휘권을 상전에게 맡긴 허수아비군대의 숙명”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방과 안보를 외세에 내맡기고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차고 넘친다’고 자평하는 한국이라는 실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선 “앞에서는 트럼프의 연습축소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느니, 고심이 담긴 큰 결정이라느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로 아첨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자주국방과 독자적인 군사력확보를 운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재명의 안팎이 다른 이중적언행은 한국의 불안초조한 모순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지원이 더이상 공짜가 아니라는것은 세계가 목격하고있는 눈앞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비교적 절제된 톤으로 북미 대화 여지를 남긴 입장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한국을 향해 조롱이 담긴 용어를 써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분리하고, 한국을 배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57기’라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며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한국은 전대미문의 안보 위협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전날 북한은 을지 자유와방패 연습 종료를 하루 앞두고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0여발 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은 현재 북한의 행보를 볼 때 향후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전 차관은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서 할 얘기들을 담화를 통해 풀어놓고 있다. 미사일 발사도 ‘일촉즉발 상황 인식을 똑바로 해달라’는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57기’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저 사람이 부자다’라는 말과 그 사람의 구체적인 계좌잔고를 언급한 것은 느낌이 다르다”며 “숫자를 콕 집어 말한 것은 그런 개념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했다.

향후 북미 대화가 이뤄질 경우 양측의 ‘거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제재를 완화해 주겠다’는 양상으로 대화가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해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공식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야 한다”며 “미국 국무부와 의제를 만들고, 그 의제가 북미 대화의 내용적 합의나 선언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미동맹이라는 각별한 관계와 지위를 바탕으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면 미국의 외교적 목표 달성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득해 어떻게든 지분을 챙겨야 한다”며 “비핵화를 견제하는 쪽으로 한미 간 협력해야 한다.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이라고 짚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축소로는 부족하고, 향후 한미 연습을 전면 중단하라는 메시지”라며 “한국의 안보에 대해 커다란 도전적 요인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한미 관계를 재정상화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언급한 대미 투자, 쿠팡 문제, 호르무즈 해협 기여 등 이번 사태와 얽힌 문제부터 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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