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3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지 20일 만에 당정청이 부동산 세제의 대폭 수정에 나섰다.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선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차등 과세를 재검토하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전근·취학·가족 간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하지 못한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8·3 개편안에 대한 민심이 나빠지자 당정청이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정부는 당초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고,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종부세 부담 상한까지 150%에서 200%로 올리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크게 높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반발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비거주 1주택자의 차등 과세를 사실상 백지화하고, 양도세에서도 전근·질병 치료뿐 아니라 육아·양육·가족 돌봄까지 예외를 넓히는 쪽으로 뜻을 모은 것이다.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달리하려던 정부안의 상당 부분을 되돌리는 셈이다.
8·3 개편안은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를 억제하고,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를 보호해 주택을 투자 자산보다 거주 자산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양도세 장특공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주기보다 실제 거주한 기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려 했다. 정책의 목표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집에 내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의 진학, 가족 돌봄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비거주 1주택자에게 일률적으로 불이익을 주다 보니 역풍을 맞은 것이다. 평범한 1주택자까지 투기 수요와 같은 잣대로 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임대시장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집주인에게 거주 요건을 강하게 요구하면 임대 매물이 줄고 임대료 상승 등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당정이 이례적으로 손질에 나선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예외 사유와 인정 기간을 하나씩 늘리는 식으로 가다간 세법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 납세자가 일일이 사정을 소명해야 하는 것도, 정부가 건별로 따져 예외를 인정하는 것도 불필요한 행정 부담만 키운다. 객관적인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딱 잘라내면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거주 여부 하나로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고 납세자가 미리 세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단순하고 일관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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